트럼프, 자동차 분야 관세 언급 처음… 최소 25%
"미국 들어오면 관세 없다"… 투자 속내 드러내
관세 25% 부과시 현대차·기아 영업익 감소 10조 달할 듯
수익 책임지던 하이브리드·SUV 등 차종 수급 '초비상'
해외 자동차 업체들에게 보조금을 빌미로 미국 현지 투자를 강요하던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나고보니 '명관'이 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 품목 중 자동차에 대해 25% 정도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관세를 물기 싫으면 미국 현지에 제조 공장을 세우고 투자를 늘리라는 협박식 정책인데, 투자기업에 대한 혜택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미국을 최대 시장으로 둔 현대차·기아의 경우 바이든 정부 당시 전기차에 한해 타격을 입었던 것과 달리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 라인업이 영향을 받을 예정이어서 수익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관세가 최소 25%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관세를 어느 정도로 부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난 아마 여러분에게 4월 2일에 이야기할 텐데 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간 '상호관세'와 관련해 철강,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다양한 업종을 거론했던 가운데 자동차 관련 관세 부과율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호관세는 미국에 관세를 매기는 나라에 똑같은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환율, 보조금, 규제, 부가세 등 비관세 장벽까지 모두 고려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상호관세를 추진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동등하게 만들겠다'는 논리는 펴온 것과 달리 '미국에 투자를 하라'는 속내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그들(기업들)에게 (미국에 투자하러)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며 "그들이 미국으로 와서 여기에 공장을 세우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미국을 최대시장으로 둔 현대차그룹에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바이든 정부 당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로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전기차를 팔기위해 자체 인센티브를 감수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폭탄을 받아든 셈이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짓는 명목으로 보조금 카드를 꺼내들었다면, 트럼프 정부는 투자를 안하면 관세를 부담하라는 협박에 가깝다.
현대차그룹으로선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아니라면 관세를 부담해 조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내 조지아, 앨라배마 등 공장에서 조달할 수 있는 물량은 연간 판매의 60% 가량으로, 사실상 40%는 한국, 멕시코 등 주변국에서 관세를 감당하고 미국으로 들여와야 한다.
이 경우 전기차는 물론 현대차·기아의 수익을 책임지던 하이브리드차, SUV 등 고수익 차종들이 예외없이 타격을 받는다. 앞서 트럼프 정부에 대응해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지었던 조지아 공장(HMGMA)에 일부 라인을 하이브리드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미국 내 수요가 크게 늘어난 하이브리드차를 미국 내에서 전부 생산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수익 감소는 당연한 수순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1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각각 1조9000억원, 2조4000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두 배가 넘는 25%의 관세가 부과된다면 단순 계산해도 영업이익 감소치는 10조에 달한다.
당장 생산공장을 추가로 짓는다고 해도 타격을 줄이는 데에는 큰 효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기아는 앞서 바이든 정부 당시 IRA에 대응해 조지아 전기차 전용공장 투자를 결정한 이후에도 완공까지 약 3년이 소요됐고, 공장을 짓는 동안에는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전례가 있다.
'미국에 투자할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정부가 공장 투자를 결정했을 때 어떤 혜택을 쥐어줄 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 다만 투자를 하지 않으면 미국으로 자동차를 들여갈 때 마다 25%의 관세를 물게되기 때문에 굳이 투자기업에 한해 관세를 면제해주는 혜택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 때 6조를 넘게 투자했는데, 공장이 지어지는 동안 조금의 베네핏도 받지 못했고 결국 정권이 바뀌어 버린 상황"이라며 "트럼프 정부는 추가로 공장 건설을 원하는 건데 지금부터 공장을 지어 3년 뒤 완공된다고 하면, 공장을 짓는 동안은 죽으나 사나 관세를 물어야하고, 완공된 이후에는 정권 교체가 가까워진 시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진출 이후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205억 달러를 투자하여 57만 개 이상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원했다"며 "여기에는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한 현대 자동차 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부지가 포함되며, 이는 조지아 역사상 가장 큰 경제 개발 프로젝트로, 연간 30만 대의 미국 시장용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새로운 정책 개발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수익성을 보호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