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인 자녀를 수학 학원에 등원시키고, 차량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일명 ‘강남 학부모’의 일상이 화제다. 코미디언 이수지가 반 존댓말과 영어를 섞어 쓰며 아이를 향한 자랑을 은근히 늘어놓는 학부모를 유쾌하고, 능청스럽게 표현하며 네티즌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게재된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 EP.01 ‘엄마라는 이름으로’Jamie맘 이소담 씨의 별난 하루 영상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명품 패딩을 입고 학원가를 누비는 모습부터 배변 훈련에 성공한 아이를 보며 과하게 기뻐하는 극성스러운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등 이수지는 특유의 맛깔난 연기로 마치 현실에 있을 법한 학부모를 영상으로 소환했고, 네티즌들은 “이 정도면 장인”, “인문학 자료 같다”며 호응을 보냈다.
물론 ‘패러디’인 만큼, 많은 이들이 공감할 법한 포인트를 ‘과장되게’ 표현한 영상이다. 그러나 이 영상이 화제가 된 이후 영상 속 브랜드의 패딩을 민망해서 못 입겠다는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중고 거래 플랫폼에 같은 브랜드의 패딩이 갑자기 매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인플루언서 ‘슈블리맘’으로 변신, 제품 공구(공동구매)를 은근히 유도하는 일부 인플루언서들의 행태를 유쾌하게 꼬집기도 했다. “공장장과의 갈등 끝에 좋은 제품을 가지고 왔다”며 판매를 유도하는가 하면, 제품의 효과를 과장되게 표현하는 등 누구나 SNS상에서 한 번쯤은 만났을 법한 인플루언서로 완벽 변신해 웃음과 공감을 자아냈다.
강유미도 유튜브 채널 ‘좋아서 하는 채널’로 우리네 일상을 패러디로 풀어내고 있다. ‘회사 동료들과 점심 RP(Role Play)’ 영상에서는 미묘하게 어색한 분위기와 눈치 보며 대화를 시도하지만 쉽지 않아 머쓱한 회사원의 일상 속 한 순간을 포착했으며, 가장 최근 영상인 ‘나는신들린환승솔로남매지옥숙려캠프는계속된다’에서는 연애 프로그램 속 출연자들의 행동들을 담아내 공감을 샀다. 이 영상의 제목은 TV, OTT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연애 예능들의 제목을 조금씩 따 연결한 것으로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유쾌하고 영리한 패러디에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이 외에도 유튜버 엄은향은 ‘드라마 영화 속 남친이 일진일 때 꼭 나오는 클리셰 특징’, ‘사극 판타지 드라마에 꼭 나오는 클리셰 특징’ 등을 통해 드라마, 영화 속 클리셰를 꼬집고 있으며, 인스타그램에서 유명세를 탄 ‘무늬만 그럴싸한’ 카페의 특징부터 아르바이트생의 현실 고증까지. 우리네 일상 속 한 순간을 담아내며 50만이 넘는 구독자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유튜브라 가능한 콘텐츠인 것은 사실이다. KBS2 ‘개그콘서트’에서도 저출생 문제를 짚으며 “집값 안 잡냐”고 집값 문제를 꼬집는가 하면, “제약 많은 방송을 누가 보냐”라고 TV 플랫폼의 엄격한 규제를 저격하며 현실 풍자를 이어가지만, 이들처럼 적극적으로, 또 적나라하게 선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개그콘서트’에서 지적한 것처럼 ‘규제’가 덜한 유튜브이며, 타깃 시청층 또한 ‘개그콘서트’보다 좁기에 선택 가능한 ‘주제’이기도 한 것.
이것이 이들의 ‘한계’가 되기도 한다. 최근 유행 중인 코미디언들의 패러디 콘텐츠가 흉내 내기 이상의 풍자를 보여주지 못한다고 평가도 없지 않다. 최근 강남 학부모 패러디 영상이 화제가 되자 자칫 특정 인물을 ‘희화화’ 하거나 ‘조롱’하는 것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부터 강남 학부모를 흉내 내지만 사교육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꼬집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졌었다.
다만 현실을 유쾌하게 꼬집고, 나아가 이 같은 논의를 끌어낸다는 점에서 이들이 코미디의 또 다른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는 없다. 이들이 다음에는 또 어떤 문제를 들고 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지 기대하며 지켜보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