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 타이산이랑 엮이면 꼬인다.”
산둥 타이산으로 인해 분노 지수가 높아진 축구 관계자들과 팬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는 지난 20일 공식 채널을 통해 ‘2024-25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동아시아 지역 16강 진출팀을 발표했다.
눈길을 모은 것은 역시 포항 스틸러스의 탈락. 지난 19일 산둥(중국 슈퍼리그)의 갑작스러운 충격적 기권의 여파가 빚은 결과다.
산둥은 ACLE 리그 스테이지 최종전(울산문수경기장)에서 울산HD와의 원정 맞대결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킥오프 2시간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경기 포기 의사를 밝혔다. 산둥은 선수단 질병 문제로 인해 경기를 포기했고, 팬들과 울산 구단에 사과의 말을 전한다며 경기를 치르지 않고 중국으로 떠났다.
그렇게 떠난 뒤 중국서 개막한 슈퍼리그에는 정예 멤버들을 투입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다.
당시 산둥의 갑작스런 기권 탓에 포항은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올 시즌 ACLE 규정에 따르면, 기권 팀이 발생하면 해당 팀과 치른 공식전 결과가 모두 취소된다. 따라서 산둥을 꺾고 승점3을 챙겼던 포항의 승점은 9에서 6으로 깎였고, 포항보다 승점이 적었던 상하이(승점8)는 산둥과 맞붙지 않은 덕에 승점을 유지해 8위로 16강 막차를 타는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산둥이 갑작스럽게 기권한 배경을 놓고 ‘전두환 사진 도발’에 따른 한국 축구팬들의 맞불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맞불 과정에서 자칫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고위 관계자 사진이 ‘맞불용’으로 나온다면, 산둥 구단 입장에서 매우 난처한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16강 티켓 포기는 물론 5만 달러 이상의 벌금과 클럽대회 출전자격 박탈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기권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축구팬들에게 산둥은 승부조작 파문으로 중국에서 영구 제명당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출신의 미드필더 손준호의 전 소속팀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북 현대서 뛰며 2020 K리그1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던 손준호는 이듬해 중국 산둥 타이산으로 이적했다. 이후 2023년 5월 금품수수(비국가공작원 수뢰)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가 10개월 만에 석방됐다. 석방 뒤 승부 조작 의혹을 극구 부인했던 손준호는 지난해 6월 수원FC에 입단해 선수로 복귀했지만, 중국축구협회가 영구 제명 징계를 내리는 바람에 계약이 해지됐고, 우여곡절 끝에 올해는 K리그2 충남아산에서 뛰고 있다.
이유와 과정이야 어찌됐든 한국 축구대표팀 입장에서는 산둥과 엮인 걸출한 미드필더를 하나 잃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