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선관위 현안질의 제의 거부"
부정선거론 확산 우려해 언급 자제하는 듯
침묵 비판에 민주당 "與, 선관위 불신 조장"
與 특별감사관법 발의…선관위 국감 도입
최근 드러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무더기 채용 비리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이 선관위 비리에 침묵하는 것을 넘어 선관위를 비호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강성 보수층 사이에서 기정사실화된 부정선거 음모론의 확산을 우려해 선관위 의혹에 강경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지난주 금요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차원에서 선관위 비리감사를 위한 현안질의를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선관위원 인사청문회를 이유로 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와 현안질의는 별개 아니냐"라며 "민주당은 선관위 불법 비리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도리어 '부패 선관위'를 비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방위원회 간사인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은 선관위의 부정부패에 눈을 감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달 27일 중앙선관위 직무감찰 결과를 공개하며 2013~2022년 시행된 경력 채용 291회를 전수 조사한 결과 모든 회차에 걸쳐 총 878건의 규정 위반이 있었다고 밝혔다. 선관위 고위직·중간간부들이 인사 담당자에게 거리낌없이 연락해 친인척 채용을 청탁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같은날 헌법재판소는 감사원이 이같은 직무감찰을 벌인 것은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며 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해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기관인데 행정부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찰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의미다.
이같은 헌재 판단에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선관위 조사·처분 권한을 갖는 특별감사관을 임명하는 '특별감사관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겠다며 대응에 나섰다. 그는 "3개월이든 6개월이든 시한을 줘서 감사원에 준하는 조사·처분 권한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이 선관위 채용 비리에 대해 침묵을 이어가자 의문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은 지난 2일 "입법권을 사실상 독점한 압도적 다수의석의 야당이 이 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했다. 같은 날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선관위의 세습고용 사태, 탄핵·특검 전문당 민주당은 왜 침묵하느냐"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선관위 불신에 따른 부정선거론 확산을 우려해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침묵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선관위는 가족 채용비리와 방만한 인사관리로 내란·극우 세력의 허무맹랑한 '부정선거 음모론'에 빌미를 주어온 것이 사실"이라고 조심스레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 윤종군 민주당 대변인은 같은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은 지금 필요한 해병대원 국정조사 등에는 일관되게 반대해오고, 유독 선관위에만 국정조사를 이야기한다"며 "부정선거 프레임과 선관위에 대한 불신을 만들려는 정략적 의도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비리 의혹은 검경 등 수사기관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번주 중 선관위 특별감사관법을 발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선관위 개혁을 위한 5대 선결 과제로 △내부 감시·견제 강화를 위한 특별감사관 도입 △선관위 사무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선관위원장의 법관 겸임 금지 △시·도선관위의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 대상 기관으로의 도입 △지방선관위 상임위 임명자격 외부인사로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 가족채용 통계 요구를 선관위가 거절한 것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보도에 따르면 그동안 국회는 10번 넘게 가족채용 통계 요구했는데 선관위는 관련자료가 없다는 새빨간 거짓말로 대응해왔다"며 "사실이라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편 선관위는 채용비리 문제를 둘러싸고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이날 "고위직 자녀 경력채용의 문제와 복무기강 해이 등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대국민사과를 했다.
선관위는 국회에서 통제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가 진행될 경우 적극 참여하겠다며, 외부 인사가 주도하는 한시적 특별위원회 구성 등의 자체 개혁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관위는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의한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등 외부적 통제까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