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용산구 투기수요 원천 차단
실거주 의무 면제 등 효과로 시장 관심↑
현금부자 알짜매물 매수로 낙찰가율 상승 가능성
24일부터 강남3구와 용산구 일대 아파트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가 확대 재지정되면서 앞으로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원천 차단됐다. 이에 해당 지역 주택 매수를 고려하던 투자 수요의 발길이 경매시장으로 옮겨갈 거란 전망이 제기된다.
2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소재 2200개 아파트 약 40만가구가 토허제로 묶이면서 이 지역 부동산 수요 향배에 귀추가 주목된다.
토허제로 지정되면 앞으로 집이나 토지 등을 거래할 때 기초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은 실거주 목적으로만 매매가 가능하며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다.
또 주거용 토지는 토지이용계획서 및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이행 명령 및 이행 강제금이 부과되며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 받을 시 허가 취소 및 수사 진행 등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경매를 통해 낙찰 받은 경우는 실거주 요건 등 관련 의무가 모두 면제된다. 낙찰 받은 뒤 바로 전세를 놓을 수도 있다.
시장에선 갭 투자가 막히면서 앞으로 토허제 지역의 경매 물건으로 투자 수요의 관심이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당 지역에서 매매가 위축되면서 수요가 경매 시장으로 몰리며 반사 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요자 선호도 높은 지역이 주로 규제 대상인 만큼 서울시의 토허제와 관계없이 일대 지역 경매 물건들은 감정가를 훨씬 웃도는 금액에 낙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0일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5㎡ 경매에는 11명이 몰리며 감정가 24억1000만원의 116%인 28억420만원에 낙찰됐다.
인접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130㎡는 지난달 감정가 18억3700만원의 117.5%인 21억5778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 수는 87명으로 지지옥션이 201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서울 아파트 경매 최다 응찰자 수를 기록했다.
이보다 앞서 1월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는 감정가의 102%인 41억1906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같은 달 매각된 청담동 연세리버빌3차 전용 243㎡ 역시 감정가의 106%인 58억7770만원에 낙찰됐다.
전문가들은 토허제 해제와 재지정 등을 거치면서 강남3구를 비롯한 서울 주요 지역에 대한 시장의 학습 효과가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에 토허제로 묶여있던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비롯, 강남3구와 용산구 등 일대 지역은 낙찰가가 시세와 별반 차이가 없던 곳인데 토허제를 건드려서 더욱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잠삼대청의 토허제 해제로 투자수요가 확 늘어나면서 가격도 많이 올랐는데 규제로 다시 묶어버리면서 이제 현금 유동성이 있는 수요자들은 갭 투자할 유일한 방법으로 경매를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됐다”며 “가격이 단기간 급등하는 걸 봤기 때문에 투자할 가치는 분명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규제 속에서도 집값이 급등하는 모습을 지켜본 수요자들 가운데 현금 여력이 풍부하다면 경매를 통해서라도 알짜 매물을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질 거란 견해다. 경매로 낙찰받으면 토허제로 인한 실거주 의무 등을 적용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잔금 납부까지 마쳐야 전세를 놓을 수 있어서 낙찰가의 50% 정도, 약 10억원 가량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금부자들의 잔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현정 이현정경매 대표는 “아직 이르긴 하지만 규제 지역에서 나오는 경매 물건에 대해선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올해는 경매 물건 자체가 풍년이기 때문에 현금 유동성이 갖춰진 현금 부자들은 매매가 아닌 경매로 눈을 돌려 알짜 매물을 골라잡을 기회를 엿볼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이에 이미 이전에도 높은 가격에 낙찰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토허제 지역 내 재건축 단지의 경우, 앞으로 낙찰가율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과거 상승장과 같이 가격이 올라가면 경매가 아닌 매매로 눈을 돌려 주택을 처분한 경우도 있었으나 이제는 토허제로 묶여 주택을 매매시장에서 처분하기 쉽지 않아졌다”며 “토허제 지역에선 호가가 올라가더라도 경매 매물로 나오는데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