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피프틴'의 제작진이 15세 이하 여성 참가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프로그램 콘셉트가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5일 '언더피프틴'의 제작사인 크레아 스튜디오 서혜진 대표, 용석인 PD는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긴급 보고회를 열고 미성년자 성상품화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언더피프틴'은 만 15세 이하 케이팝(K-POP) 신동을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최근 참가자들의 프로필이 공개되며 '아동 성상품화' 논란에 휩싸였다. 최연소 참가자는 만 8세로 어린 아이들이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이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던 가운데, 공개된 프로필 사진에서 다수의 출연자들이 짙은 화장과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고 있어 더욱 비난을 받았다. 특히 프로필 사진 하단에는 '바코드'까지 삽입돼 있어 아동·청소년을 상품 취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성의당은 이날 MBN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더피프틴'의 방송 중단을 촉구했으며, 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는 긴급 보고회가 열리는 스탠포드호텔코리아 앞에서 '언더피프틴'의 제작을 규탄한다며 피켓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는 성명을 내고 "어린아이들에게 공개적으로 경쟁을 부추겨 과도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가하고, 성적 대상화 하는 행위는 명백한 아동 학대"라고 비판했으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어린이·여성 출연자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시민단체들도 강하게 반발 중이다.
황인영 PD는 먼저 "프로그램 관련 여러 논란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우선 심려를 끼쳐드려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의혹들이 사실처럼 확대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우리 제작사는 물론, 이 프로젝트에 함께한 참가자, 또 마스터, 트레이너, 스태프들까지 명예에 큰 상처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사실과는 다른 부분에 대해 긴급하게라도 정확하게 해명드리고 싶다"고 긴급 보고회를 연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 30분 분량의 본 방송 영상까지 공개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춤, 노래에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참가자들이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가졌는지를 강조하는 영상들이 이어졌다. 해당 분량 속 참가자들은 우려했던 과도한 노출을 선보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어린 참가자들이 공개적으로 경쟁에 노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무엇보다 무리한 다이어트 강요, 외모지상주의 등 아이돌 산업 전반의 그림자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이 어린 친구들을 앞세우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남아있다.
황 PD는 '15세 이하'를 콘셉트로 한 이유에 대해 "나이 제한을 둔 것 자체가 문제인 것 아니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전혀 우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다"면서도 "그런데 영상으로 보신 것처럼 알파 세대 오디션을 진행하고 싶다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중요한 기획의도였다. 'K-팝 스타'라는 프로그램을 연출했는데, 당시에도 10대 친구들이 우승, 준우승을 휩쓸었고, 기성세대도 놀랐었다. 실제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알파 세대는 우리 기성 세대와는 다른 미디어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케이팝(K-POP)이 전 세계 기준이 되는 상황에서 의사,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처럼 케이팝 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는 친구들이 존재한다. 한편으론 그 세대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케이팝 구조상 15세 이하의 친구들은 이미 구체적이고 주체적으로 꿈을 꾸고 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대형 기획사, 중소 기획사 가리지 않고 연습생 후보로 방치되고 있다. 꿈을 키워나가기엔 현실이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다고 여겼다. 방송사는 기획사와 달리 대중들에게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루트가 돼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가장 큰 우려 중 하나인 '성 상품화' 가능성에 대해선 '섹시 콘셉트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황 PD는 "10년 전엔 '이런 친구들이 춰도 되나' 싶을 정도의 섹시 콘셉트도 있었다고 여기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유리한 무대를 골라 보여줬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우리도 많이 놀랐다"라고 말했다.
자극적인 내용의 티저 영상, 프로필 사진 하단에 삽입된 '바코드'가 노골적인 상품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오해"라고 해명했다. 서 대표는 디자이너와 나눈 메시지를 공개하며 "디자인은 학생증 콘셉트에서 가지고 온 것이다. 우리는 '언더피프틴'이 학교라고 생각했다. 꿈과 희망을 키우는 학교인데,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재능을 확충할 수 있는 곳에 와있다고 여겼다. 요즘 학생증엔 바코드와 생년월일이 들어간다. 생년월일은 개인정보라 넣을 수 없었다. 사진 올라갈 때 체크를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자이너는 30대 여성이며, 편집 등을 하는 스태프들 중에서도 여성들이 많다. 이들의 성인지가 바닥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성노동자를 낮게 보는 것이다. 과정을 모두 여성들이 소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 PD는 그럼에도 해당 사진은 삭제했다고 설명하며 "댓글창을 닫는 부분이라거나, 이런 부분에 대해선 우려하고 대비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황 PD는 "우리가 생각하는 어린 아이들과 재능을 펼쳐보이고 싶어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반전처럼 보여주는 게 의도였다. 티저 영상은 내러티브가 길지 않고, 이미지로 소비가 되다 보니까 우리가 의도한 것과 다르다. 어른을 흉내내는 섹시 콘셉트라는 오해를 받은 것 같다. 이렇게 받아들여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빠르게 삭제했다"고 말했다.
'언더피프틴'은 오는 31일 오후 9시 10분 MBN에서 첫 방송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논란이 불거진 이후 MBN은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프로그램 세부 내용은 물론 방영 여부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한 후 본사 입장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강행 의지를 밝혔던 서 대표는 "MBN과 같이 한 프로그램은 '불타는 트롯맨', '현역가왕' 시리즈가 있는데 모든 제작비는 크레아 스튜디오에서 감당 중이다. MBN은 플랫폼의 입장이다. 의견이 다른 것은 아니"라며 "MBN은 플랫폼의 책임대로 재검토라는 의사 표현을 하신 것이고, 이미 첫회에 대해선 심의팀, 편성팀, 방통위 등에서 완본을 보고 '문제가 없다'고 했었다. 우리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티저 영상을 낸 것이다. 항의를 하시고 싶으면 우리 회사 앞에서 말씀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은 "강행"이라기보단 여러 의견을 조합해 편집을 하고 있다.
방송이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 참가자들이 알고 있냐는 물음에 황 PD는 "참가자와 보호자, 스태프들은 '우리는 그런 프로그램이 아닌데, 왜 그런 이야기가 되고 있지'라고 말씀을 하고 있다"며 울컥했다. 서 PD 또한 눈물을 보이며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의도를 강조했다.
용 PD는 "아이들은 방송이 안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이 순간에도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 이 방송을 통해 본인들이 배운 것을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방송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방송이 안 됟나면 아이들과 부모님이 받을 상처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일 것 같다"라고 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 상처를 거듭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