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한나라당 지도부 회동 성과 없이 끝나
박희태 수정제안 이어 직권상정 수순 밟을듯
2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가 폭풍전야의 긴장감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날 제안한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한나라당의 최종 거부로 무산되면서 이날 본회의에서 김 의장이 어떤 법안들을 상정하고 어떤 법안이 통과될지 가늠키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김 의장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간의 ‘비밀회동’이 서울시내 모처에서 열렸지만 성과는 없었다.
박 대표는 회동이 끝난 후 국회로 돌아와 “중재안을 거부키로 했다”며 “(야당과) 더 이상 합의는 없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 법대로 처리하기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국회의장 주재로 잠정 합의된 안은 의원총회에서 바로 거부됐고 누구도 승인한 적이 없다”며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통해 오늘 중으로 미디어 법안 등 쟁점법안을 처리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공을 김 의장에게 넘겼다.
김 의장은 한나라당이 중재안을 최종 거부함에 따라 본회의를 앞두고 예정된 ‘의장+3교섭단체 대표 회담’도 취소했다.
이 와중에 의원총회 참석을 위해 본회의장 앞을 찾은 박근혜 전 대표가 김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쳐 막판 변수가 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중재안에 대해 “상당히 고심한 합리적인 안”이라며 “문제가 되는 것은 시기를 못 박는 것인데, 그 정도는 야당이 받아줄 수 있다. 야당이 이 정도는 여당 안에 대해 협조해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민주당을 향해 미디어법의 처리기한 명시를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 의장의 중재안 원안 그대로 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의장의 중재안이 어제 다르고, 오늘 중재안 다르고, 내일 또 달라질 수 없다”며 “어제, 오늘, 내일 같아야 하는 것이 국회의장의 말씀이고, 국회의장의 중재안이라고 생각한다. 어젯밤 국회의장이 안을 냈고, 그 안이 지금도 유효하고 내일도 유효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국회의장이 한나라당의 압력에 굴복하는 사태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못을 박았다.
여야가 양쪽에서 김 의장을 압박하면서 ‘직권상정’의 칼을 쥔 김 의장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 의장 본인이 직접 중재안을 내놓은 만큼 이를 뒤집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후 본회의에서 직권상정을 하더라도 ‘미디어법’은 상정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김 의장에게 정부여당의 최종입장을 전한만큼 김 의장의 최종선택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나라당은 본회의를 앞두고 ‘직권상정 법안 리스트’까지 작성해 건의한다는 방침이어서 김 의장의 심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오후 본회의가 취소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3일이 회기 마지막날인만큼 본회의를 내일로 미루고 중재안 타결을 도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와 관련 “내일은 본회의가 예정되어 있지 않다”며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소집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중대한 직무유기다. 오늘 예정대로 개의해 현재 대기중인 수십 건의 법안을 처리해야한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김성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