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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이노뷔' 1년 만에 포기…'전기차 캐즘'에 업계 속내는 복잡


입력 2025.04.17 15:09 수정 2025.04.17 15:22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작년 론칭한 전기차 전용 브랜드 '이노뷔' 전략 수정

미쉐린·콘티넨탈·굿이어·넥센 등도 '내연+전기 겸용'

전기차 전용 브랜드 밀어붙이는 한국타이어

정일택 금호타이어 사장이 지난 15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글로벌 타이어 제조사들이 전기차 등장 이후 기술 투자에 힘을 쏟는 가운데 '전기차 전용 타이어' 필요성을 놓고 혼동이 일어나고 있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 선두주자인 한국타이어를 따라 금호타이어가 야심차게 뛰어들었지만, 결국 '겸용 타이어'로 방향을 틀면서다.


글로벌 주요 타이어 제조사들 역시 내연기관과 전기차 겸용 타이어 쪽으로 방향을 굳히며 당분간 전기차 전용 타이어의 필요성과 관련한 갑론을박이 이어질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론칭한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이노뷔'의 마케팅 전략을 불과 1년 만에 바꿔잡았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로 출시했지만,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타이어 브랜드로 방향을 틀어 판매하겠다는 방침이다.


윤민석 금호타이어 글로벌마케팅담당 상무는 지난 15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엑스타 기자간담회에서 "이노뷔를 출시한지 1년이 됐다. 전기차 전용으로 개발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에 탑재했을 때 경쟁사 대비 성능이 뒤지지 않고 오히려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올해부터는 전략을 바꿔서 전기차는 물론 모든 차를 커버 가능한 브랜드로 가고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의 '이노뷔'는 지난해 3월 내연기관 대비 무거운 중량, 높은 토크, 길어진 제동거리, 마모도 등 전기차 특성상 발생하는 문제를 잡은 '프리미엄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었다. 당시 금호타이어는 마제스티9 EV, 엑스타 EV, 크루젠 EV 등 기존 내연기관 타이어에서 파생된 전기차 타이어 제품을 모두 이노뷔에 흡수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임승빈 금호타이어 영업총괄 부사장은 지난해 3월 이노뷔 출시행사에서 "이미 전기차용 공급은 이노뷔 이전에도 하고있었기 때문에 금호의 기술력은 인정받았다"며 "후발주자로서의 불리함은 전혀 없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경쟁업체보다) 우위에 설 가능성이 있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기차 타이어 시장 장악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이던 금호타이어가 돌연 이노뷔의 전략을 수정한 데에는 '전기차 전용'에 대한 의문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노뷔 이전에도 마제스티9 EV, 엑스타 EV, 크루젠 EV 등 기존 내연기관 제품을 전기차 특성에 맞게 파생시킨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었고, 반대로 이노뷔를 론칭한 이후에도 '전기차에만 탑재할 수 있는 것인지'를 두고 판매점의 혼란이 이어졌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이노뷔의 경우 미국, 유럽 딜러점에서 '전기차 전용'이라는 특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기존 EV 타이어와 어떻게 다른 것인지 소비자들에게 설명해야하는데, 모든 타이어가 상향평준화됐고 기존 프리미엄 라인업과 이노뷔의 성능에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때문에 중국과 한국에서만 현재는 론칭한 상태이며, 미국과 유럽 쪽에 이노뷔를 론칭할 계획은 당분간 없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주요 타이어 제조사들 역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겸용 타이어를 개발하는 쪽으로 대부분 방향을 잡은 상태다. 미쉐린, 굿이어, 콘티넨탈, 브릿지스톤 등 유명 제조사들은 물론 전동화 전략에 늦었다고 평가받던 국내 3위 업체 넥센타이어 역시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정체기)이 길어지면서 전기차 수요가 줄었을 때 전기차 전용 타이어의 존재 가치가 흐려진다는 점도 의문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높은 개발 비용과 투자 비용을 회수하려면 전기차 수요가뒷받침해줘야 하는데,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기대 이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에 병행 공급하는 전략을 취하는 한 타이어 제조사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라는 게 결국은 특별하지 않다. 전기차 특성을 받쳐주기 위해 더 좋은 소재를 적용하고, 특별한 기술력을 적용했다는 건데, 그렇게 탄생한 타이어는 내연기관에 끼워도 좋은 성능을 낼 수 밖에 없다"며 "전기차가 안팔린다고 갑자기 전기차 전용 타이어가 내연기관에서도 좋다고 말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아이온 에보AS SUV'를 장착한 아이오닉 9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반면, 전기차 전용 타이어 시장을 연 선두주자이자, 금호타이어의 전략 수정으로 유일하게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운영하게 된 한국타이어의 생각은 다르다. 타이어 시장에서 '전기차 전용 타이어'라는 영역을 소비자와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각인시키고, 기술력과 품질력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한 수요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2022년 전세계 최초로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을 론칭하고, 현재 16인치부터 22인치까지 202개에 달하는 규격을 운영 중이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전 차종에 아이온을 장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엔 '아이온'을 신차용 타이어(OE)로 공급하는 전기차 신차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슈퍼카 브랜드 포르쉐 '타이칸', 쿠프라 '타바스칸', 기아 'EV3', 'EV9', 현대차 '아이오닉 9', 테슬라 '모델 3', '모델 Y', BYD '아토3', '돌핀', '시걸', '송', '유안' 등 주요 전기차 모델에 아이온을 OE타이어로 공급하고 있다.


신차용 타이어에 공급하는 타이어가 교체용 타이어 수요로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한국타이어가 전기차 타이어 시장에선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아이온은 작년 한국타이어 전체 수주량 7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박정호 한온시스템 사장(전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차 전용 타이어에 대한 수주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OE 판매량 중 30% 정도를 아이온이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5~6년 후에는 70%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며 "2030년 쯤에는 전세계 전기차 중 약 11% 정도, 8대 중 1대는 아이온을 장착한 차량들이 운행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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