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개설 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연예인 유튜브 채널이 하락세다. 방송 초반엔 어느 정도 이슈가 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유는 명확하다. '연예인'이라는 콘텐츠 만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화제가 된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안녕하세요 김민수입니다' 영상은 이러한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낸 사례다. 이 영상 속 김민수는 유튜브 시장에 뛰어든 유명 연예인을 연기한다. "나도 특별한 게 없다. 그냥 아저씨다"라며 여유있는 미소를 짓는가 하면, "나 국밥 진짜 좋아해"라며 소탈한 모습을 강조하기도 한다. 제작진의 호들갑 연기 또한 관전 포인트다. 이들은 "천하의 김민수가 유튜브를 한다고 소속사 이사님이 기겁했다"며 김민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마다 격한 감탄사와 칭찬을 내뱉는다.
이 영상은 공개 일주일 만에 80만 뷰를 넘기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피식대학'의 콘텐츠가 평균적으로 10만~20만 뷰를 기록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 결과다. 네티즌들은 통쾌하다는 반응이다. 다소 거만해 보이는 김민수의 태도와 제작진의 과한 리액션 뿐 아니라, 자막, 효과음, 편집마저 연예인 유튜브 채널의 특징을 잘 잡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동안 연예인 유튜브 채널이 대중에게 얼마나 많은 피로감을 안겨줬는지 알 수 있다.
이들의 반응처럼, 실제로 유튜브에 진출한 연예인 채널은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유튜브가 대중성을 갖추기 시작하던 무렵 등장한 신세경의 유튜브 채널과 브이로그 콘텐츠는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연예인의 셀프 영상에 익숙하지 않던 대중에 신선함을 안겼다. 이 채널의 규모가 입소문을 타고 성장하면서 태연, 윤보미, 한예슬 등의 후속 주자들 또한 많은 구독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덧 톱스타, 중견 배우, 가수, 개그맨을 막론하고 너도나도 채널 개설에 뛰어들며 연예인이 개설한 유튜브 채널은 우후죽순으로 많아졌다. 이 과정에서 유사한 포맷이 반복됐고, 시청자들은 더이상 연예인의 브이로그, 집 소개, 게스트와 함께하는 토크 콘텐츠 등에 호기심을 가지지 않게 됐다.
콘텐츠의 구조적 한계도 지적된다. 연예인 유튜브 채널 다수는 철저히 방송 제작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온다. 현직 PD, 방송 작가, 영상 감독까지 포진해 퀄리티 있는 영상을 뽑아내지만, 이로 인해 자칫 '유튜브 콘텐츠'라기보단 '짧은 예능 클립' 같은 이질감이 발생한다. 즉흥성과 솔직함, 그리고 시청자와의 거리감이 중요한 플랫폼 특성상, 지나치게 연출된 장면은 몰입을 방해하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도하지 못한다.
과도한 PPL 역시 반감을 사는 요소다. '모닝 루틴', '자기관리 비법', '겟 레디 윗 미' 등의 콘텐츠는 연예인의 유튜브 채널에 항상 등장하는 콘텐츠지만, 결국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의 외피를 쓴 PPL 전시회에 가깝다. 대표적 사례로 조세호의 유튜브 채널이 있다. 지난해 '여자친구 선물 사러 가요, 저랑 같이 준비하실래요?'라는 영상을 업로드한 조세호는, 계속해서 특정 브랜드의 상품을 언급하는 모습으로 구독자들의 비판을 받았고 끝내 사과했다. 유튜브 채널의 상업적 의도가 과도하게 드러나며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마저 떨어뜨린 것이다.
여기에 한강뷰 아파트, 명품 가방, 고급 자동차 등을 주제로 한 과시형 콘텐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제작진의 아부성 멘트와 과도한 리액션, 유튜브에 익숙하지 않은 연예인들의 준비성 없는 태도 등이 비호감을 샀다. 당초 팬들과의 소소한 소통을 목적으로 개설됐던 연예인 유튜브 채널의 초심이 변질됐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그렇다고 스타 유튜브가 모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확실한 색과 콘셉트를 지닌 경우는 여전히 건재하다. 대표적으로 카더가든의 채널 '카더정원'이 있다. 이 채널은 '아바타 소개팅', '보드게임', '스쿨오브락' 등의 콘텐츠로 재미와 개성을 동시에 잡았다. 방송인 유병재의 채널 또한 '웃으면 안되는 생일파티', '무조건 공감해드림', '병선식 암기훈련소' 등의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박명수의 채널 '할명수' 역시 '리뷰할명수', '동네 반 바퀴' 등의 코너로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연예인 유튜브 채널의 성공 여부 또한 '무엇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타 유튜버와 다르지 않다. 게다가 유튜브는 방송보다 훨씬 빠르게 피로감을 느끼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만큼 채널의 성장과 유지에는 콘텐츠의 힘이 더 중요하다. 연예인이라는 이름값은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에만 머무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