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개혁과 선진축구 접목 ‘호평’
뒷심부족과 신구조화 실패 ‘무관’ 아쉬움
터키 출신의 ´명장´ 세뇰 귀네슈 감독이 끝내 K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채 ´무관´에 그쳤다.
서울은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펼쳐진 ‘K리그 쏘나타 챔피언십 2009’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전남과 승부차기 접전 끝에 2-3 분패했다. 결국 올해도 빈손으로 시즌을 마감한 것.
2007년 서울에 첫 부임했던 귀네슈 감독은 올해로 서울과의 3년 계약이 만료, 더 큰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게 됐다.
귀네슈 감독은 지난 3년간의 임기동안 서울에서 단 1개의 우승컵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 2007년 컵대회 준우승, 2008년 정규리그 2위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 귀네슈 감독이 K리그에서 거둔 최고 성적.
귀네슈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투르크 전사´ 터키를 사상 첫 월드컵 4강으로 이끌며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감독상´과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선정한 ´올해의 감독´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세계적인 명장의 이름값에는 2%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2007년 이장수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과감한 세대교체와 유망주 육성을 통해, 서울을 K리그를 대표하는 신흥강호로 발돋움시켰다.
이청용-기성용 등 ´미완의 대기´에 그쳤던 유망주들을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키워낸 것은 역시 귀네슈 감독의 공이 크다.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축구, 팬들을 먼저 생각하는 쇼맨십과 프로정신, 1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팀 운영과 선수육성 등 귀네슈 감독은 개혁적 시도를 통해 선진축구를 접목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매년 꾸준했지만 확실한 열매를 맺는데 실패했다.
첫 번째는 역시 뒷심부족을 꼽을 수 있다. 서울은 2007년부터 3년 연속 초반 선전을 이어가지 못하고 막판 부진에 덜미를 잡히는 약점을 되풀이했다.
2007년에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 릴레이 속에서 치열한 6강 다툼을 펼쳤지만, 시즌 최종전에서 대전에 다득점에서 밀려 PO 티켓을 내줘야했다. 2008시즌과 2009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를 눈앞에 두고 막판에 수원-전북에 각각 역전을 허용했다.
특히, 단기전에서의 징크스는 더욱 두드러졌다.
귀네슈 감독의 서울은 토너먼트에서 초반 객관적인 전력의 우위나 선제골의 리드를 살리지 못하고 역전패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2008년 수원과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선제골을 놓고 수비적인 경기운영을 펼치다 무승부를 기록, 2차전에서 결국 수원의 벽에 무릎을 꿇었다.
2009년 피스컵 대회 4강에서는 후반 2-1의 리드를 잡았지만 선수들이 심판 판정에 평정심을 잃고 거친 플레이를 펼치다 2명이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 포항에 2-5 역전패를 당했다. 움 살랄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는 전반 2-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후반에만 내리 3골을 내주며 무너지기도 했다.
여기에는 결국 ´신구의 조화´에 실패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은 이청용-기성용-정조국-김승용-김진규-김치우 등 사실상 준 국가대표팀으로 꼽힐 만큼 호화멤버를 자랑하지만, 정작 젊은 선수들을 아우를 수 있는 노련한 리더가 없다는 게 약점으로 지목됐다.
이을용-김병지 등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선수들이 팀을 떠나면서 생긴 리더십의 공백은 단기전에서 젊은 선수들의 마인드 컨트롤 실패로 이어졌다.
귀네슈 감독의 시즌 운용 전략의 실패도 아쉬운 부분이다. 귀네슈 감독은 정규시즌 외에도 컵대회, FA컵, 챔피언스리그 같은 매년 다양한 대회들을 병행하면서 주전들의 체력 안배와 효율적인 스쿼드 분배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후반부로 갈수록 주전들의 체력적 부담이 높아지고 경기력이 저하되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단기전에서 흐름을 반전시키는 귀네슈 감독의 전술적 능력이나 승부사적 기질도 부족했다는 평가다.
귀네슈 감독은 올해를 끝으로 서울과의 계약이 만료되지만 사실상 재계약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미 올 시즌부터 귀네슈 감독이 공공연하게 한국을 떠날 듯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데다, 구단 입장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 팀 성적도 못마땅하다.
서울은 기성용도 스코틀랜드 셀틱 입단이 확정된 상태다. 지난해 박주영, 올해 이청용에 이어 매년 팀의 주축들이 떠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내년 시즌이 더욱 험난해 보인다.
3년간 끊임없는 투자에도 불구하고 ´무관´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과 201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마저 놓쳐버린 서울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될 전망이다. [데일리안 =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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