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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박경완 상생…조인성 전업이 정답?


입력 2012.11.22 09:07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박경완 거취문제 관련 이 감독과 면담

'지명타자' 조인성 활용도 고려해봐야

SK는 박경완(왼쪽부터)-조인성-정상호-이재원 등 4명의 주전급 포수를 보유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FA 시장이 열린 스토브리그이지만 SK는 ‘쩐의 전쟁’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직 내부 교통정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 구단들이 포수 구인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SK는 오히려 넘쳐서 고민이다. 올 시즌 FA로 영입한 조인성(37)을 비롯해 어엿하게 성장한 정상호(30), 여기에 현역 생활 유지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박경완(40)과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재원(25)까지 주전급 포수 자원만 무려 4명에 이른다.

특히 박경완의 거취 문제는 내년 시즌 SK 선발 라인업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구단 측은 박경완에게 은퇴와 코치 연수를 권유한 바 있다. 그러나 박경완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직 주전 경쟁을 펼칠만한 힘이 남아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SK도 박경완의 의사를 존중해 보류명단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박경완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는 현역 생명 유지가 아닌 현역으로서의 활약이다. 박경완은 올 시즌처럼 2군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 SK에 있을 자신이 없다고 밝혔다.

이제 칼자루는 이만수 감독에게로 갔다. 현재 이만수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고려해야하는 입장에서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포수 자리는 단 1개뿐이다.

일단 이만수 감독은 박경완과 함께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건을 달았다. “주전 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 이만수 감독의 생각이다. 사실상 1년을 쉰 불혹의 박경완이 조인성, 정상호와의 경쟁에서 앞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박경완은 이만수 감독이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12월,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든 결정과 책임은 이만수 감독의 몫이지만 SK 포수들이 상생할 길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일단 SK는 지명타자 이호준이 NC로 이적하면서 선발 라인업에 숨통이 트였다. 설자리를 잃은 오른손 대타요원 박재홍도 이적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의 공백은 조인성과 이재원으로 훌륭히 메울 수 있다.

현재 SK 포수들 가운데 타격이 가장 뛰어난 선수는 조인성이다. 조인성은 올 시즌 10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1 9홈런 40타점을 기록했다. 체력 소모가 큰 포수 역할을 해내느라 성적이 다소 하락했지만 조인성은 여전히 한 방을 갖춘 거포다. 그는 불과 2년 전 타율 0.317 28홈런 107타점을 기록하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사실 SK는 조인성 영입 당시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포수 마스크를 벗고 타격에 집중한 홍성흔이 환골탈태했듯 조인성에게도 같은 기대감을 품었다. 조인성 역시 “어떤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몇 년째 부진했던 지명타자 이호준이 부활했고, 박경완의 부상 기간이 길어지자 조인성은 정상호와 함께 SK의 안방을 지켰다.

이제는 다르다. 지명타자 자리가 난 상황에서 가장 알맞은 선수는 조인성이다. 물론 조인성은 아직까지 포수 포지션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지만 자신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포지션 전환도 생각해볼 문제다. 남아있는 2년의 계약기간을 보내며 지명타자로서의 경쟁력을 보인다면 세 번째 FA에서도 좋은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

정상호와 이재원의 이동도 열려있는 가능성이지만 쉽지가 않다. 이만수 감독은 올 시즌 초반 정상호를 1루수로 출전시켜봤지만 불안감만 노출해 더 이상 기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노련미를 갖춰나가고 있는 정상호는 SK의 안방을 지켜야할 ‘현재’다.

‘미래’ 이재원도 군 입대 전인 김성근 전 감독시절, 1루수로 출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재원 역시 1루수와의 궁합이 시원치 않았다. 특히 이재원은 ‘좌완 스페셜리스트’라는 특화된 장점이 있어 백업 포수 역할을 맡으며 전문 대타요원으로 쓰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들 세 선수들의 역할분담이 이뤄질 경우 박경완의 입지도 보다 넓어질 수 있다. 현재 박경완의 몸 상태로 내년 시즌 풀타임 주전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정상호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며 주전급 백업포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박경완이다.

사실 박경완은 자신의 선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다만 이렇게 어중간한 끝맺음을 원치 않을 뿐이다. 게다가 박경완 본인도 SK를 떠나는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 과연 이만수 감독이 ‘SK 최고의 레전드’ 박경완에게 아름다운 은퇴를 선사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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