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적진 속에서 '2030표심잡기' 분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30일 ‘적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문 후보는 이날 새누리당의 색이 비교적 강한 울산·포항·대구 지역을 방문해 ‘정권교체’를 강조했다. 울산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 정몽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정치·경제적 기반 지역으로 정 위원장은 이곳에서 현대중공업 사장·울산 동구 국회의원(5선)을 지냈다. 포항과 대구는 각각 이명박 대통령과 박 후보의 고향으로 특히 대구는 박 후보의 고정적인 지지층이 밀집된 ‘정치적 텃밭’ 지역이다.
문 후보는 이날 첫 일정으로 울산 중구 태화장터에 들러 ‘정권교체’를 외치고 나섰다. 그는 “(울산이) 2002년 돈도 조직도 없는 노무현을 선택해서 노풍을 일으켰고, 2012년에는 문재인을 민주당 후보로 뽑아 문풍을 일으켜줬다”면서 “울산시민들이 태화강을 생명의 강으로 살려냈듯이 특권과 부패에 빠진 새누리당을 정권교체하고 낡은 정치를 물갈이 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 북구 죽도시장에서도 문 후보는 “포항에서부터 정권교체 신화를 창조해 달라. 특권과 부패에 빠진 이명박 정부와 낡은 정치를 물갈이 해달라”면서 “포항만 해도 이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만들어줬지만 과연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지역발전이 있었나. 지난 5년 동안 포항은 그야말로 실속 없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 했다. 그는 이어 “그래도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새누리당을 찍어주겠나”라면서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문 후보는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에서 가진 유세에서도 ‘정권교체’ 기조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대구 시민들은 새누리당만 찍어줬다. (그러나) 대구시민들의 삶이 매우 힘들고 어렵다”면서 “대구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대구 전체를 새누리당이 오로지 독점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바꿔야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검찰비리’ 문제에 대해서도 “지금의 못된 검찰을 누가 만들었느냐”면서 현 정권을 겨냥했다. 이어 “나는 오래 전부터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중수부 폐지와 검경수사권도 일찍부터 주장했다. 누가 검찰을 제대로 개혁하겠나”고 말했다. 앞서 울산 태화장터에서는 한 시민이 문 후보에게 “꼭 당선돼 검찰을 뿌리 뽑아야 한다. 이명박은 사기꾼”이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문 후보는 이날 ‘문재인에게는 있지만 박 후보에게는 없는 다섯 가지’라는 프레임도 들고 나왔다. 그는 박 후보에게 없는 다섯 가지로 △서민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삶 △역사인식 △도덕성 △소통을 들었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서민들이 하는 걱정을 평생 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손톱만큼도 기여한 게 없다. 내가 민주화투쟁으로 구속·제적·강제징집 당할 때 박 후보는 유신독재권력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과거독재·인권유린이 잘못됐다는 역사인식이 없고, 정수장학회를 반성하지 않고 장물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불통과 오만한 리더십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포항과 대구는 ‘새누리당의 텃밭’이라는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의 유세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울산에서는 500여명 정도의 인파가 몰렸지만 포항에서는 1000여명, 대구백화점 앞에서는 2000여명 정도가 문 후보의 연설을 들었다. 포항에서는 지역 특산품인 과메기를 목걸이로 만든 ‘과메기 목걸이’를 선물 받았고, 대구에서는 대형TV를 활용해 주목도를 높였다. 그러나 문 후보가 이 대통령과 박 후보를 비판하거나 ‘정권교체’를 거듭 강조하자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
'2030표심잡기'…울산대·영남대 들러 지지 호소
박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2030세대’에 어필하고 있는 문 후보는 이곳에서 ‘대학교 민심’을 공략했다. ‘TK(대구·경북)=새누리당’이라는 지역적 격차를 ‘2030=야권성향’이라는 세대별 격차로 상쇄시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문 후보는 이날 울산대와 영남대를 각각 방문했다. 울산대에서는 학교 앞 사거리에서 유세를 가진 뒤 몇 학생들과 함께 학교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등록금과 취업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문 후보가 학교식당으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학생들은 악수를 청하거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고, 점심을 먹는 동안에는 문 후보의 주변을 둘러쌌다. 앞서 울산대 수화동아리 학생들은 문 후보에게 수화노래를 선보인 뒤 장갑과 목도리, 귀마개 등을 선물했다.
그는 영남대 유세에서도 △반값등록금 △공공기관에서 해당 지역 출신 일정 채용 의무화 △블라인드 채용제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울산대는 박 후보 측 정몽준 선대위원장의 아버지인 고 정주영 전 회장이 설립했다. 영남대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8년 설립했으며, 1980년대에는 박 후보가 재단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문 후보가 정 위원장과 박 후보로 각각 대표되는 울산대와 영남대에 ‘과감한 행보’를 펼친 것이다.
문 후보는 또 젊은층을 기반으로 한 적극적이고 대폭적인 투표 동참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 미래가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는 미래가 돼야 한다. 미래의 희망을 이번 선거로 선택하는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들과 미래가 달라지길 바라는 젊은 사람들이 하나가 돼 힘을 합쳐야 한다. 투표장에 다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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