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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지킨 롯데…강민호·손아섭 재계약은?


입력 2012.12.02 09:53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FA 2명 놓쳤지만 상식적 수준 제안

매년 겪는 재계약 진통, 올 시즌은?

연봉 인상이 기대되는 강민호(왼쪽부터)-송승준-손아섭.

FA 협상을 완료한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잔류선수들의 본격적인 재계약 협상을 앞두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한 구단과 선수들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매년 으레 겪는 일이기 마련. 선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고, 구단 측은 조금이라도 깎으려 한다. 이 가운데 롯데는 재계약 협상 때마다 적지 않은 진통을 겪는 구단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올 시즌만큼은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큰 폭의 연봉 인상이 기대되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돼 있고, FA 시장이 열리기 전 구단 측이 이례적으로 공언한 ‘상식적인 선’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롯데 구단 측은 팀 내 FA 3인방(홍성흔, 김주찬, 강영식)을 모두 잡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상식적인 수준에서 계약금액을 제시할 것이란 조건을 걸었다. 일단 강영식은 FA 신청을 포기해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반면 홍성흔, 김주찬과의 계약은 과열된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꼬이고 말았다. 롯데는 홍성흔에게 3년간 25억원을, 김주찬에게는 4년간 44억원을 내밀었다. 두 선수의 노쇠화와 부상전력을 감안했을 때 모두가 납득할만한 ‘상식적인 조건’이었다. 물론 협상결과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초점은 기존 선수들과의 재계약 협상에 맞춰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비춰봤을 때 구단이 보유한 실탄은 충분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홍성흔, 김주찬에게 제시했던 금액(총 69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이들의 FA 보상금 13억 4000만원(홍성흔 8억원, 김주찬 5억 4000만원)과 NC의 특별지명을 받고 떠난 이승호의 연봉인 4억 5000만원(옵션 포함)을 합하면 무려 17억 9000만원을 장전하게 된 셈이다.

이는 시즌 초 KBO가 발표한 롯데 총 연봉인 47억원(외국인 선수 제외)의 1/3이 훌쩍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렇다고 롯데 구단 측 입장에서 벌어들인 수익 전부를 지출리스트에 고스란히 올려놓을 일은 없다. 그래도 그 어느 때보다 지갑은 훨씬 두둑해진 롯데다.

지난 5년간 롯데 팀 연봉(단위 : 만원).

마침 대폭적인 연봉 상승을 기대할 선수들도 대거 쏟아졌다. 최다안타 타이틀을 거머쥔 외야수 손아섭과 포수 강민호를 비롯해 선발 송승준, 이용훈, 불펜의 김사율, 최대성, 김성배는 연봉이 큰 폭으로 뛰어오를 것이 확실하다.

이 가운데 올 시즌 롯데 구단이 선정한 팀 내 MVP 손아섭의 상승폭에 관심이 집중된다.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 중인 손아섭은 매년 연봉이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4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100% 인상된 뒤 올 시즌에는 62.5%나 올라 첫 억대 연봉(1억 3000만원)에 진입했다. 활약만 놓고 본다면 2억원 돌파가 유력해 보인다.

강민호는 FA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강민호의 연봉은 3억원으로 정대현(5억원), 장원준(3억 2000만원, 군입대)에 이어 팀 내 3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내년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어 4억원까지 뛰어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는 지난해 김주찬에게 59%의 상승률을 안겼고, FA 보상금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물론 지금까지의 롯데 행보에 비춰봤을 때 선수와 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의 연봉 상승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3년간 연봉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전준우(168%)와 이재곤(150%, 이상 2011년), 그리고 김민성(139.1%, 2010년, 현 넥센)은 모두 2000만원대의 저연봉 선수들이었다. 반면, 1억 이상의 고액 연봉자 가운데 100% 이상의 인상률을 기록한 선수는 2006년 손민한(1억 8000만원→4억원) 이후 아무도 없다.

별다른 잡음 없이 재계약 협상을 마칠지도 관심사다. 지난 2010년에는 팀의 아이콘인 이대호와 베테랑 투수 이정훈이 연봉조정신청까지 가는 초강수를 둔데 이어 ‘협상왕’ 김주찬은 매년 막바지에 가서야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강민호, 송승준, 손아섭도 협상이 어려운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연봉 인상 이유가 뚜렷한 활약을 펼쳤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순조롭게 협상이 마무리됐다. 당시 롯데는 창단 첫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올랐다는 호재와 함께 FA 정대현, 이승호 영입 등 우승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을 때였다. 또한 새로 부임한 이문한 운영팀장이 협상 방식을 달리 가져간 부분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내년 시즌 롯데는 김시진 감독 체제로 출항하게 된다. 비록 FA 홍성흔과 김주찬을 잡는데 실패했지만 지명타자 장성호를 얻는데 성공했고, 보상선수 지명에서도 짭짤한 효과를 봐 스토브리그의 실질적인 승자로 떠올랐다. 롯데가 다시 한 번 우승 도전을 위해 지갑을 열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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