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비로소 한국뮤지컬 상징이 된 ‘살짜기 옵서예’


입력 2013.03.17 14:06 수정         이한철 기자

3D 맵핑 등 최신기법 통해 대중성 확보

17년 만에 성공적 귀환..스테디셀러 가능성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에서 애랑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배우 김선영.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가 연일 관객들의 뜨거운 기립박수 속에 순항하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 ‘레베카’ ‘아이다’ 등 대작 라이선스 작품들이 즐비한 가운데 ‘살짜기 옵서예’의 선전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1966년 초연돼 한국 창작뮤지컬 1호로 기록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살짜기 옵서예’는 초연 당시 나흘간 7회 공연에 1만 6000만 명의 관객을 모은 화제작이었지만, 점차 대중들로부터 멀어진 아쉬운 작품이다. 1996년 서울예술단에서 ‘애랑과 배비장’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린 이후 무려 17년간이나 자취를 감췄다.

‘오페라의 유령’을 필두로 한 대작 라이선스 작품을 통해 한국 뮤지컬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했지만, 기존 창작 뮤지컬은 오히려 설 자리를 잃었다. 20~30대 여성 관객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은 대중들의 기호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3 버전 ‘살짜기 옵서예’는 젊고 현대적인 감각을 덧입히면서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웰메이드 뮤지컬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이제 비로소 매년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작품으로 초석을 다진 셈이다. 과거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생명력을 얻으면서 마침내 진정한 한국뮤지컬의 상징성을 부여받았다.

무엇보다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고전 소설 ‘배비장전’을 바탕으로 한 ‘살짜기 옵서예’는 스토리라인을 최대한 간단하게 각색해 관련된 배경 지식이나 유명한 뮤지컬 넘버를 몰라도 이해하기 쉽도록 변모시켰다.

고전 특유의 해학과 풍자가 축소됐다는 단점이 지적되지만, 한국적인 멋을 잃지 않으면서 시종일관 관객들의 시선을 무대로 끌어들이는 집중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초반 웃음을 담당하는 정비장, ‘방자’와 눈을 깜빡이며 호흡을 맞추는 돌하르방, 신임목사를 모시는 5비장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는 연신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그 속의 개그 또한 유행을 타는 웃음이 아니라 언제 보고 들어도 웃음이 나는 소재들로 채워져 있다.

한국적은 멋과 흥을 느낄 수 있는 무대와 의상, 음악은 이 작품이 보다 더 다양한 관객층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힘이다. 무엇보다 중장년층이 외국 라이선스 뮤지컬을 보면서 느끼는 어색함이 없어 가족 뮤지컬로 각광받고 있다.

제주를 대표하는 의상들은 과거자료의 철저한 고증을 통해 한국적인 멋과 현대적인 세련미를 더했으며 ‘배비장’의 도포나 ‘애랑’의 한복 등 캐릭터에 맞춰 아름답게 디자인됐다.

홀로그램, 3D 맵핑 등 최신영상기법을 적극 활용해 무대를 보다 입체적으로 구현한 점도 흥미롭다. 이와 같은 기술을 통해 작품의 배경인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관객이 직접 와 있는 듯한 멋진 경험도 선사한다. 유채꽃이 핀 들판, 아름다운 폭포,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숲의 모습이 펼쳐지면서 관객들의 눈은 호강한다.

음악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기반으로 서양식 음악 주법에 한국식 음악 주법이 더해졌다. 반세기 전 만들어진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세련된 멜로디는 공연 후에도 관객들의 입가에서 떠나질 않을 만큼, 매력적이다.

배우들의 호연도 이 작품의 가치를 높였다. 배비장을 유혹하는 제주 기생인 애랑 역의 김선영은 초대 애랑 패티김의 뒤를 잇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름다운 외모는 물론, 빼어난 재치와 가창력은 한국을 대표하는 김선영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최재웅과 홍광호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노래하는 배비장을 서로 다른 매력으로 소화해내며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고 있다. 감초 연기를 담당하는 김성기와 임기홍의 활약도 연신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살짜기 옵서예’가 한국적인 뮤지컬의 중흥기를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살짜기 옵서예’는 31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서 공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한철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