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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된 신고식’ 류현진…맞으면서 깨달은 두 가지


입력 2013.04.03 15:01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6.1이닝 10피안타 3실점으로 패전

흔들린 제구-단순한 볼 배합 아쉬움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패전투수가 된 류현진.

호된 신고식이었다. 비록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였지만 안타를 10개나 내주는 등 아쉬움이 많이 남는 데뷔전을 치렀다.

‘다저스 괴물’ 류현진은 3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1이닝동안 10피안타 3실점(1자책)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날 류현진은 0-1로 뒤지던 7회 강판될 때까지 투구수가 80개에 불과해 완투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1사 2-3루 위기에 몰리자 승부처라고 판단한 돈 매팅리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류현진으로부터 공을 건네받았다. 승리 투수 요건보다 이닝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아쉬움이 더욱 큰 순간이었다.

사실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의 타선을 압도하지 못했다. 1회와 2회에는 선두타자와 후속타자에게 연속안타를 내주며 무사 1-2루 상황에 놓였고, 삼자범퇴로 처리한 6회를 제외하곤 매 이닝 안타를 허용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제구와 볼배합.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평균 이하인 140km대 초중반의 직구 평균 스피드를 지니고 있어 완벽한 제구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그리고 우려는 곧 현실로 나타났다.

경기 내내 류현진의 직구 스트라이크 존은 다소 높게 형성됐다. 이는 힘과 기술을 갖춘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치기 좋아하는 코스다. 실제로 10개의 안타 대부분이 포수가 요구한 코스보다 높게 들어왔다. 홈런 등의 장타가 나오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일 정도였다.

바깥쪽 위주의 볼 배합을 고집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무려 8명의 우타자를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서클 체인지업이 주 무기인 류현진으로서는 당연히 바깥쪽 흘러나가는 볼로 유인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결정구를 포함해 대부분의 구질이 몸쪽보다는 바깥쪽으로 편중되는 바람에 상대 타자들이 보다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이처럼 두 가지 실수는 류현진과 같이 ‘투-피치 투수’에게 치명적인 약점일 수도 있다. 이날 류현진의 구질은 80개 투구 가운데 4심 패스트볼이 43개, 체인지업 25개, 2심 패스트볼 7개, 커브 5개로 나타났다. 주 무기인 체인지업의 점유율은 무려 31.25%나 됐다.

당연히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은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왔다. 10개의 피안타 중 4개는 체인지업을 던지다 허용한 안타였다. 직구의 제구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면 향후 등판에서도 고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

그래도 감격적인 첫 등판이 실망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날 류현진은 단 1개의 장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10개의 안타는 모두 단타에 그쳤고, 무엇보다 볼넷이 하나도 없었다. 기 싸움에 눌리지 않기 위해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으려는 공격적인 피칭도 인상적이었다.

백미는 역시나 위기관리능력이었다. 대부분의 이닝에서 위기를 맞았지만 류현진은 한 번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1회와 2회, 대량 실점의 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포수가 요구한 대로 공을 던져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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