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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격식-리영호 권력 주고받은 이유는


입력 2013.06.08 10:05 수정 2013.06.08 11:50        김소정 기자

선군파 대 군부파 대립 의식한 김정은식 회전문 인사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에 따라 군 지도부를 대거 교체하는 가운데 새 인민무력부장(우리 국방장관에 해당)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진 김격식(오른쪽)과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김정은 제1위원장을 수행하다가 갑자기 교체된 김정각. ⓒ연합뉴스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대표 강경파 김격식이 최근 북한군 총참모장(한국의 합참의장)에 임명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김격식이 지난 2009년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되면서 2군단장에서 4군단장으로 좌천될 때 리영호가 총참모장으로 등용됐었다.

리영호가 득세할 당시 밀려났던 김격식이 다시금 리영호를 밀어내면서 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소위 김정은식 ‘회전문 인사’ 탓이다.

김정은이 집권 초기 아버지 김정일의 ‘영구차 호위 8인’ 중 한명인 리영호를 전격 경질하기까지 군부 출신이 아닌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으로 임명된 데 대한 군부의 강한 반발이 배경이 됐다.

북한 내부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지난 2011년 4차 당대표자회의에서 김정은, 김경희, 최룡해, 김경옥 등 4명에게 조선인민군 대장의 군사 칭호가 수여되자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나왔다”면서 “급기야 최룡해가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될 것이란 소문이 임명 전부터 이례적으로 돌게 되자 리영호 총참모장을 비롯한 군 장성들이 크게 반발했다”고 말했다.

즉 군부 출신이 아닌 최룡해가 군부 서열 1위 자리에 오르는 것에 많은 간부들의 불만이 터져나왔지만 이는 애초 2000년대 들어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 직제가 새롭게 만들어지면서부터 시작된 군부 내 갈등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북한에서 조선인민군 산하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 직제가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인민무력부장이 군 지휘권을 잃게 됐고, 이 때문에 총정치국장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선군파와 이전 인민무력부장을 중심으로 하는 군부파의 갈등이 이어져내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처음 직제가 만들어질 때 총정치국장 조명록, 총참모장 김영춘, 조직부국장 김정각이 이끄는 선군파와 당시 인민무력부장 김일철, 2군단장 김격식, 작전국장 리명수가 이끄는 군부파의 대립이 갈등의 단초였다”고 설명했다.

“오진우와 최광이 인민무력부장이던 이전까지는 이들이 총정치국장을 겸했으므로 군과 정치의 수장으로 군림했지만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이 나오면서 인민무력부장은 무력부 내 작전국이나 정찰총국 등 기본 전투부서들을 빼앗기고 군단들에 대한 통수권을 상실했다”는 설명이다.

“군부의 반발이 이어지자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내세워 김일철을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겸 제2자연과학원 원장으로 철직시키고, 김영춘을 인민무력부장으로 김격식을 총참모장으로 인사변동을 시키면서 갈등을 막아보려고 했으나 군부의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결국 김정일은 김일철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 철직시키고 김격식은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시켜 4군단장으로 좌천시키고 91훈련소(평양시 방어사령부) 사령관으로 있던 리영호를 총참모장으로 등용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일은 또 선군을 내세워 군부에 김정일과 중앙당 호위사업, 김정일의 만수무강사업을 예속시켰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호위국이 약화됐고, 중앙당 재정경리부에서 관리하던 기초과학연구원도 국방위원회 산하로 개편됐다.

소식통은 “북한에서 군부 내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의 직제가 생기면서 시작된 갈등은 군이 당의 영도를 약화시키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더욱 심해졌다”고 했다.

“결국 당시 중앙당 조직부 1부부장 겸 본부당 책임비서였던 리제강을 중심으로 당 간부들 사이에 큰 불만이 형성되자 급기야 김정일은 리제강을 교통사고를 위장해 죽였다”고 한다.

사실 한때 장성택의 라이벌이었던 리제강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싸고 그동안 교통사고를 위장한 암살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소식통은 “리제강의 죽음으로 북한 내 간부들은 당에 충실하기보다 자신들의 이속을 챙기는데 더욱 몰두하게 됐다”며 “결국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말기부터 시작된 군부 내 갈등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시대에 들어서 더욱 가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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