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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연 '안철수 진보적 자유주의' 평가는 "뭥미?"


입력 2013.06.19 19:12 수정 2013.06.19 19:20        김수정 기자

최장집 설명에도 참석자들 "뭔 소리인지..." 갸우뚱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움에서 안철수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움에서 안철수 의원이 김한길 민주당 대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이주영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장 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끝까지 들으려고 노력했는데 솔직히 어렵네요.”

“그래서 도대체 신당을 차린다는 건가?”

“안철수 인기가 좋긴 좋네.”

베일에 싸여 있던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진보적 자유주의’ 실체가 19일 오후 2시 공개됐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사회 구조개혁을 위한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 심포지엄을 열고 정치적 지향점인 ‘다원주의적 민주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이주영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장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등 수많은 정계 인사들을 포함해 안 의원의 지지자 약 1000여명이 몰려 마치 팬클럽 창단식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심지어 일부 참석자들과 기자들은 대회의실 내 통로 계산에 앉는 등 여전히 안 의원에게 쏠린 높은 관심이 입증됐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그의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한 평가는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평가가 상당수였다.

특히 이날 첫 발제를 맡은 최장집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의 추상적인 개념 설명이 이어진 탓에 청중들 사이에서는 “어렵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흘러나왔다.

아울러 앞서 안 의원이 예고한 국회개혁이나 선거제도 개선, 개헌문제 등 정치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이나 정책도 이날 심포지엄을 통해 제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최 이사장은 이날 기존의 정당정치를 비판하면서 ‘진보적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대안정당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 정치에서 ‘중도’란 표현이 널리 사용되지만, 사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대체 무슨 이념을 갖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며 “기존 정당들이 ‘무(無)이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마저) 중도를 표방한다면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는 정당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이사장은 이어 “각 정당이 차별성을 만들어내면서 경쟁하려면 분명한 이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안정당의 이념적 자원을 진보적 자유주의로 설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해 “자유주의는 자유를 향유할 인간의 평등한 권리에 바탕한 것으로 국가가 정책을 결정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동반하는 온정주의를 거부하며, 결사의 자유에 바탕한 시민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진보적’이란 의미는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시장의 과잉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사회경제적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정당으로서의 방향을 확실히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 이사장은 ‘노동자 중심 진보정당’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서는 “새로운 정당은 노동 문제를 중요 이슈의 하나로 설정하지만, 이것만 다루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민주당도 얼마든지 대안정당을 실현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진보학자들은 이 같은 최 교수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자유주의’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김욱 배재대 교수는 “사실상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를 이상으로 보고 있지만, 남북 분단 등의 우리 정치 현실을 감안해 과도기적 성격으로 내세운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김영태 목포대 교수도 “우리나라 정치 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상 정당이 이념이 아닌 특정 인물 중심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결국 (안철수 신당도) 인물 중심으로 정치 세력이 모이고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이보다 더 나아가 “그동안 우리는 인물만 있으면 신당이 생겨 노무현 대통령 시절, 내가 최대 정치개혁은 새로운 정당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아직도 정당 문제가 많이 남아있는데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 신당을 만드는 것은 결국 낮은 수준의 정당정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직구를 날렸다.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최 이사장의 ‘중도 정당 무의미론’에 대해 “(중도라는 개념이) 다른 이념이나 정당을 유연하게 보는 것이라면 한국 정당체제에서 중도정당체제는 유효하다고 본다”며 “이는 곧 자신의 불안정성을 인정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자유주의와 상통한다”고 반대 입장을 내놨다.

한편, 안 의원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사회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여러 이념과 가치들의 공조 및 협력이 필요하다”며 “전문가들이 의제를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채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오늘 심포지엄에서 논의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법안과 정책으로 현실화·구체화해 나가는 것은 내게 주어진 숙제”라며 “꼭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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