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NGO들 "10만 동원되는 최악 인권침해 사례"
"아이들 인권침해 눈감고 공연만 관람하겠다는 얘기냐"
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수록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리랑 공연’ 발언에 대해 북한인권NGO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의 최대 인권유린 사례로 꼽히고 있는 아리랑 공연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문제 제기나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는커녕 “기대한다”는 발언을 한 것이 북한인권 NGO들을 ‘뿔나게’ 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1차 회의에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게 “오늘 아리랑 공연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서 “위원장님과 함께 볼 수 있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북한인권 NGO들은 대통령으로서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만여 명 규모의 인력이 동원돼서 장기간동안 강압적인 훈련을 반복하는 아리랑 공연은 북한의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영자 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아리랑 공연은 어린이들이 인권침해를 당하면서 만들어진 공연”이라면서 “인권 변호사였고, 인권 운동까지 했던 분이 아리랑 공연에 대해 ‘기대한다’고 얘기한 것은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아리랑 공연은 동원되는 인원 대부분이 어린이라는 점에서 아동인권 침해와 수업권 침해 등의 여러 인권 침해 유형이 인정된다. 북한인권NGO 관계자들은 노 전 대통령이 북한 어린이들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공연만 즐겼다고 지적했다.
김윤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무총장은 “노 전 대통령은 아리랑 공연의 인권침해 등의 문제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을 텐데, 단순한 공연으로 인식해서 관람했다는 것은 문제”라며 “또한 동원되는 학생들의 수업권, 공연 준비를 위해 매달리면서 화장실조차 가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그런 발언을 했다면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인권변호사가 아리랑공연 관람이라니…탈북자들 분노할 것"
그동안 북한 정권은 아리랑 공연을 대내외에 체제 선전과 정권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데 활용해 왔다. 특히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아리랑 공연에 외국인 관광객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아리랑 공연 훈련에 참여했던 탈북자들에 따르면 훈련에 동원된 청소년 어린이들은 하루 12시간가량을 무더운 날씨 속에서 훈련해야 한다. 당일 연습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밤까지 연습이 이어진다. 본격적인 공연 훈련이 시작되면 몇 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참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훈련기간인 4, 5개월 동안 극심한 육체적 훈련이 강요되는데도 식사 공급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은 “아리랑 공연은 70~80%가 청소년인데, 공연 훈련은 인권유린보다 심각한 것이다. 이들이 갈증, 배고픔, 뙤약볕 등을 견뎌야 한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인권에 대해선 눈 감고 자신은 공연을 즐기겠다는 얘긴데, 탈북자들이 굉장히 분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당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전 노 전 대통령이 아리랑 공연을 관람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러 시민단체들과 상당수 언론들은 공연 관람 일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국내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2007년 10월 3일 저녁 대동강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을 찾아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