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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IP'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류현진 ’레퍼토리 확장‘


입력 2013.07.07 10:33 수정 2013.07.08 11:09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MLB 신인으로서 200이닝 돌파 가능성 높아

슬라이더+커브 장착 등 다양한 레퍼토리 한몫

류현진 ⓒ 연합뉴스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6·LA다저스)이 5수 끝에 7승에 성공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구장 AT&T 파크서 열린 류현진은 견고했다. 7승에 실패한 채 6월 한 달을 날린 그의 투구는 완벽했다. 자신에게 2패를 안긴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6.2이닝 4피안타 3볼넷 2실점(2자책) 3탈삼진 호투를 뽐내며 시즌 7승에 성공했다. 타선 폭발 속에 10-1로 크게 앞선 7회 2사 2루에서 내려갔지만, 이어 등판한 호세 도밍게스가 적시타를 허용하는 바람에 1자책점이 추가됐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82. 이날 투구수는 107개(스트라이크 65개), 포심 최고 구속은 92마일(148㎞)을 기록했다.

1회말 빗맞은 내야안타와 연속 볼넷으로 허용한 1사 만루의 대량실점 위기에서 헌터 펜스에게 유격수 땅볼로 내주고 1실점했지만, 초반 대량실점의 위기를 넘겼다. 위기를 넘긴 류현진에겐 무엇보다 팀 동료의 즉시 반격이 주효했다. 다저스는 2회초 반격에서 후안 유리베가 2타점짜리 좌전 적시타를 뽑으며 바로 역전에 성공했다. 3회초에도 만루 상황에서 역시 유리베가 싹쓸이 3루타로 흔들리던 류현진에게 힘을 보탰다. 이후 류현진 투구는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호투도 빛났지만 최근 심각한 부진으로 풀죽은 샌프란시스코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유리베의 공이 컸다.

특히, 친한 동료 유리베가 투런 홈런 포함 3안타 지원하며 7타점을 쓸어 담아 류현진의 특급 도우미를 자청했다. 유리베는 공격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포구와 송구로 류현진 부담을 덜어줬다. 사실 류현진은 경기 초반엔 제구력 난조와 빗맞은 타구 등으로 연속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팀 타선의 후방지원 덕에 난적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개인 첫 승과 시즌 7승째 승리를 동시에 거둘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부분은 천적관계였던 헌터 펜스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류현진은 이날 펜스를 3타수 무안타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펜스는 이전까지 류현진을 상대로 8타수 6안타 4타점을 기록, 류현진의 발목을 잡았던 천적이다. 특히, 2-1로 앞선 3회 2사 2,3루 역전 위기에서 펜스에게 몸쪽 빠른공을 과감하게 구사해 삼진으로 돌려 세운 장면은 이날 투구의 백미였다. '사냥꾼' 헌터 펜스가 괴물에게 오히려 사냥 당한 셈이다.


여전한 괴물

이날 경기 중 류현진에겐 달라진 것과 여전한 것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한화서 뛰던 작년과 별로 달라진 게 없었던 부분은 여전한 강심장과 탁월한 위기관리능력이다. 올 시즌 만루 상황에서 피안타율이 제로였던 류현진은 1회 만루 위기에서도 변함없었다. 게다가 포수 뒤 전광판에는 친정팀 한화의 광고판이 등장했고, 류현진의 대기 타석 옆에는 소위 '봉다리 응원'으로 불리는 롯데팬 특유의 오렌지색 비닐 봉투를 쓴 한국팬의 모습도 포착됐다. 등번호 99번도 한화 시절이나 지금과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변하지 않은 점은 투구 이닝이다. 총 162경기 중 85경기를 치러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류현진은 이미 111.2이닝을 던졌다. 현 추세라면 신인으로서 200이닝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다. 한화 루키 시절이던 2006년 이미 201.2이닝을 소화한 바 있다. 2년차였던 2007년, 자신의 최다이닝 투구 기록인 211이닝을 던진 바 있다. 루키 류현진의 이닝 이팅은 리그를 가리는 법이 없다. 이닝을 게걸스레 먹어대는 괴물의 대담한 식성 또한 여전하다.

또 달라지지 않은 점은 평균자책점이다. 한화에서 활약한 7년 통산 평균자책점이 2.80이었던 류현진의 현재 평균자책점은 2.82다. 도밍게스가 적시타를 허용하지 않았더라면 2.73으로 낮아질 수 있었다. 한화 시절보다 오히려 다저스 시절 평균자책이 더 좋은 셈이다.


달라진 류현진

한화 시절 포심과 체인지업의 투 피치 위주로 승부를 펼쳤던 류현진은 슬라이더와 커브까지 추가, 포 피치 위주로 레파토리를 확장시켰다. 이런 부분이 바로 류현진이 상위 리그로 옮겨갔음에도 평균자책점이 유지되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 좌타자를 상대론 슬라이더라는 승부 방정식을 활용했던 류현진이 지금은 달라졌다. 좌우타자 구분 없이 상황에 따른 구종을 선택한다. 예를 들면, 우타자를 상대로 승부구로 체인지업을 택하던 한화 시절과는 달리 과감한 몸쪽 포심 승부가 늘어났다. 펜스를 상대로 한 삼진 장면이 바로 그 대표적인 경우다.

던지는 괴물에 불과하던 류현진의 괴물 본능이 타석까지 확장됐다. 류현진은 이날 3회 1사 3루에서 샌프란시스코의 두 번째 투수 조지 콘토스의 직구를 결대로 밀어 쳐 우전 1타점 적시타를 뽑았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만년 하위에 허덕이던 스몰 마켓 한화와는 달리 지구 선두권까지 노리는 다저스의 일원으로 변신했다는 점이다.

한편, 류현진은 오는 11일 애리조나전을 끝으로 전반기 쉼표를 찍을 예정이다.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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