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까지 다저스라면 ‘코리아 브랜드’ 파워 절감
'열린 다저스' 류현진에 추신수 끌어들여 이벤트로 승화
FA 자격 추신수 다저스 합류 시 기대효과 상상 초월
류현진(26·LA 다저스)과 추신수(31·신시내티)의 맞대결은 한국의 국가적 위상과 더불어 한국야구의 위상이 동시에 올라갔음을 실감케 한 장면이다.
28일(한국시각) 다저스 홈구장 다저스타디움. 국제 스타로 발돋움한 가수 싸이와 배우 송승헌까지 관전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고, 류현진 유니폼을 입은 3명의 한화팬도 등장했다. LA 거주 한인 뿐 아니라 한국의 날 행사로 인해 미국으로 건너간 국내팬도 상당수 보였다.
다저스는 다음 경기가 열린 29일을 한국의 날 행사로 지정, 소녀시대가 애국가를 제창하고 시구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게다가 독일서 귀화한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까지 야구를 관전하는 등 마치 다저스가 한국의 대표팀 같은 느낌까지 풍길 정도였다. 약 20년 전, 박찬호(40)가 코리언 특급으로 다저스를 호령하던 그 시절과 지금의 한국 위상은 달라져 있었다.
여기서 드러난 게 바로 다저스의 열린 마인드다. 다저스에는 한국 선수가 단 한 명. 바로 류현진 뿐이었다. 추신수를 끌어들여 상대팀의 맞대결을 이벤트로 승화시키는 고급 마케팅 능력을 선보였다. 다저스에는 수많은 외국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야시엘 푸이그(쿠바), 헨리 라미레스, 후안 유리베, 호세 도밍게스(이상 도미니카), 아드리안 곤잘세스, 루이스 크루즈(이상 멕시코) 켈리 얀센(네델란드) 등 다국적군이다. 그런데 다저스는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선수가 있는 도미니칸의 날도 아닌 한국의 날 행사를 기획했다.
바로 국력의 차이인 동시에 티켓 파워의 차이다. LA 인근에는 한국 교민들이 가장 많다. 이들을 야구장으로 불러들일 경우, 마케팅의 수입 증대를 예상했다. 실제로 이날 한국의 날 행사를 통해 5만 6000여 만원 관중 가운데 1만 5000여 한인 관중이 입장했다. 여기에 다저스는 한국 팬들 대부분을 다저스 팬으로 만드는 '눈에 안 보이는' 효과까지 누렸다.
과거 박찬호가 혈혈단신으로 건너가 마늘 냄새 때문에 고역을 당하던 때와는 분명 한국인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졌다.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격상됐다는 증거다. 더욱이 이 같은 잔칫날 류현진은 7이닝 2피안타(1피홈런) 9탈삼진 1실점의 완벽한 호투로 시즌 9승(3패)을 달성했다. 2회 제이 브루스에게 허용한 우월 솔로포 한 방이 성대한 잔치에 생긴 단 하나의 옥에 티.
류현진은 최고 구속 153km/h의 강속구와 체인지업, 낙차 큰 커브와 슬라이더를 적절히 배합, 조이 보토와 브랜든 필립스 등이 포진한 신시내티 강타선을 틀어막았다. 홈런을 친 브루스를 자신의 100탈삼진의 제물로 삼는 반격의 장면도 보여줬다. 추신수는 첫 타석에 볼넷 하나만 얻었을 뿐, 2타수 무안타(1삼진)로 류현진과의 첫 맞대결에서는 사실상 판정패했다.
류현진과 추신수의 맞대결만으로도 한인팬이 1만 이상 다저스타디움을 찾는데 추신수까지 다저스에서 뛰면 어떤 효과가 일어날까. 그야말로 상상 이상의 관중 동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추신수의 최초 소속팀이었던 시애틀은 바로 이런 효과를 먼저 누렸다. 일본의 세계적인 게임업체 닌텐도의 미국 법인인 닌텐도 아메리카가 시애틀을 인수한 뒤 사실상 일본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구단처럼 만들어 나갔다.
2006년에는 스즈키 이치로(뉴욕 양키스)와 하세가와 시게토시에 이어 포수 조지마 겐지를 포스팅으로 영입, 메이저리그의 일본 대표팀처럼 만들어 갔다. 현재는 그런 추세가 약화됐지만 최근 이와쿠마 히사시를 일본에서 불러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 이랜드가 작년 박찬호의 ‘중매’를 통해 피터 오말리 전 구단주와 컨소시엄을 형성, 다저스 인수 작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결국, 매직 존슨 컨소시엄에 다저스를 내줬지만 이랜드의 참여 자체가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당시 프랭크 맥코트 전 구단주가 매각 대금으로 받은 금액은 20억 달러, 약 2조 2000억 정도다. 북미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인수 금액이다. 하지만 포브스가 발표한 구단 가치는 인수 금액에 비해 4억 달러 정도 떨어지는 16억 2000만 달러로 나왔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구단 가치 1위(23억 달러)인 뉴욕 양키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빅 마켓이다.
다저스 구단도 오말리 컨소시엄에 이랜드가 참여했던 작년 인수전을 기억하고 있다. 한국의 날 행사가 성대하게 벌어진 이유도 이런 영향이 적지 않다. 한국이 다저스의 주인이 될 수 있는 파워를 실감한 것이다. 많은 중남미 국가와는 달리 한국의 파워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추신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게 된다. 현재 속내는 드러내지 않지만 내심 다저스에서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길 원하는 눈치다. 그렇게 된다면, 다저스는 한국인 전부를 팬으로 만드는 잠재 효과가 발생한다.
류현진과 추신수가 맞붙은 경기에서 실감한 티켓 파워인데 류현진이 선발로, 추신수가 타자로 나선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배가될 것이 자명하다. '협상의 귀재' 보라스도 다저스타디움서 그 가능성을 분명 확인했다. 협상에 밝은 귀재가 이런 시장을 놓칠 리 만무하다.
이번 맞대결에서 소득은 류현진의 9승만이 아니었다. 류현진 단독의 시장 다저스가 아닌, 추신수 결합 시장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었다. 박찬호 홀로 개척하던 20년 전 다저스에서 한국의 위상과 류현진이 뛰는 지금의 한국은 레벨 자체가 다르다. 그 배경엔 바로 '브랜드 코리아'의 괄목한 정치·경제적 성장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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