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둘러싼 외국 취재진들 '이것' 거쳤다
"호위사령부→국가안전보위부→호위사령부 행사총국 등 3단계 검열 거친다"
북한이 주장하는 ‘전승절’을 기념해 건립된 북한 전쟁승리기념관에 들어온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주위에 외신 기자들이 포토라인 없이 몰려드는 등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 때 볼 수 없었던 상황이 27일 발생했다.
이날 김정은은 자신에게 질문을 쏟아내는 취재진들을 향해 가벼운 손짓으로 답변을 대신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날 몰려든 외신 취재진들은 김정은이 참가한 ‘1호 행사’ 참석하기 위해 행사 당일 호위사령부→국가안전보위부→호위사령부 행사총국을 거치는 3단계의 검열과정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최고지도자가 참석하는 ‘1호 행사’인 만큼 외부 인사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호위사령부에선 행사참가증과 본인확인을 한 후 주머니를 모두 밖으로 끄집어낸 상태에서 금속물질이 있는지 여부를 검사한다. 국가안전보위에서는 금속 탐지기를 이용해 몸속에 은닉한 금속물질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마지막 호위사령부 행사총국은 최종적으로 행사 명단, 행사참가증을 통한 본인확인을 재차 진행한다. 좌석이 마련돼 있는 행사장일 경우 좌석표까지 동시 대조를 해서 마지막 검사를 마친다.
고위 북한군 출신의 탈북자는 “기본적으로 ‘1호 행사’에 참가하려면 철저한 검사를 한다”면서 “몸수색을 위해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의 호주머니를 뽑아 놓고 대기하게 한다”고 증언했다.
이같이 외신 취재진들이 사전에 철저한 사전 검증을 받았음에도 이번 사례처럼 외신 기자들이 포토라인을 무너뜨리고 김정은의 눈앞까지 접근한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에 진행된 ‘1호 행사’에 참석하는 인원들은 ‘충성검증’과 ‘건강검진’ 등 철저한 검사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김일성 시대의 ‘1호 행사’에 참석했던 탈북자에 따르면 행사 참석자들은 신체검사·혈압체크 등 종합검진을 받은 후 통과돼야 ‘1호 행사’에 참석이 가능하다. 최고지도자가 참석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병이 있는 사람들이 참석할 경우 그 병을 옮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탈북자는 “혈압이 높은 사람도 ‘1호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행사에서 소리를 지르고 열렬히 박수를 쳐야 하기 때문에 혈압이 높은 사람은 쓰러질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사전에 이러한 소동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증언했다.
심지어 ‘1호 행사’ 참석자들은 행사 참여에 앞서 약품이 묻은 수건으로 손을 소독한 후 행사 장소에 입장한다고 한다. 최고지도자들과 악수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전 준비 차원에서 손을 소독한다는 것이다.
행사에 앞서 이러한 ‘손 검열’을 통과하지 못한 인원의 경우 최대한 최고지도자와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된다.
최주활 탈북자동지회 회장은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는 손 소독이 필수였다”면서 “최고지도자와 악수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수건으로 손을 소독 한다”고 말했다.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도 “김일성·김정일과 관련된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모두 손 소독을 한다”면서 “심지어 금수산태양궁전의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을 참배하는데도 온몸을 소독하는 장치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엄격한 검열을 통해 1호 행사의 참석자를 가려내는 북한이 이번에는 대규모의 외신 취재진과 김정은의 접촉을 허용한 것은 김정은의 ‘개방성’과 ‘자유스러움’을 선전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대규모의 외신 취재진을 초청한 이유도 언론에 친화적인 김정은의 모습을 어필하기 위해 사전에 계획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이번에 김정은은 해외의 많은 취재진에 가까이 접근하면서 자신이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이미지의 지도자라는 것을 대외에 알리려고 한 것 같다”면서 “그동안 인민들과의 스킨십을 자주 연출했던 김정은은 대외적으로 친화적인 이미지를 만들려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김정은은 김정일과 달리 ‘은둔의 지도자’로 비춰지는 것을 피하고 북한도 국제사회의 표준에 맞는 국가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러한 행보를 보인 것 같다”면서 “해외 언론에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북한이 폐쇄적인 국가가 아닌 개방적인 국가라는 것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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