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삼성 팬들에게 영원한 ‘배열사’인 이유
2006 WBC 이치로 응징-삼성 2연패 일등공신
혹사 인한 팔꿈치 부상 딛고 2년 연속 10승
배영수(32·삼성 라이온즈)에게는 '배열사'라는 별명이 있다.
대부분의 팬들은 2006년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치로(일본)를 사구로 맞힌 장면을 기억한다. 당시 이치로의 소위 '30년 발언'이 부각되며 자존심이 상한 배영수가 한국팀을 대표해 이치로를 응징한 것. 곧이어 터진 이승엽의 역전홈런으로 한국은 일본을 격파했다. 이후 배영수는 '열사'로 등극했다.
하지만 삼성 팬들에게 열사라는 별명은 그보다 좀 더 짠한 의미가 추가된다. 삼성이 2005년과 2006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배영수를 부상을 무릅쓰고 혹사에 가까운 투혼을 펼쳤다.
삼성은 배영수의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정상에 올랐지만 이후 정작 배영수는 팔꿈치 부상으로 한동안 부침의 시기를 보냈다. 혹자는 '우승과 배영수의 팔꿈치를 맞바꿨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삼성 팬들 시선에서 배영수는 농담이 아닌 '진짜 열사'였다.
2000대 중반까지 국내 최고투수로 군림하던 배영수는 이후 마운드에 돌아왔지만 전성기의 구위는 잃어버린 뒤였다. 2009년 1승 12패에 평균자책점 7.26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기면서 재기불능의 기로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배영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더 이상 에이스는 아니었지만 묵묵히 전진을 거듭하며 2010년과 2011년 연이어 6승을 거뒀고, 지난해 8월 26일 잠실 LG전서 7년 만에 10승과 함께 통산 100승·10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1년만인 8일 대구 한화전에 선발 등판, 6.2이닝 3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시즌 10승째를 거뒀다. 이날 승리가 더욱 특별했던 것은 종전 김시진(현 롯데 감독)이 보유한 111승 기록을 넘어서는 삼성 투수 최다승 신기록(112승)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롤러코스터 같던 야구인생의 굴곡을 넘어 사자군단을 대표하는 레전드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유행하는 신조어 중에 소위 '까임방지권'이라는 것이 있다. 성적에 따라 일비일희 하는 여론 분위기에서 다소 부진하더라도 과거의 공헌도를 인정해 비난을 자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 팬들에게는 배영수가 바로 그런 존재였다. 배영수가 아무리 극도로 부진하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일 때도 정작 삼성 팬들 사이에서 배영수을 비판하는 여론은 많지 않았다. 전성기의 이승엽이나 지금의 오승환도 누리지 못했던 혜택이다.
그만큼 배영수가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오직 사자군단만을 위해 바쳐온 헌신과 열정에 대한 경외이기도 하다. 사자군단의 살아있는 레전드로서 배영수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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