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붓는 11연패’ 선동열, 삼성 트라우마에 휘청
에이스 표적 등판에도 사슬 못 끊어
우승 위해 넘어야 했던 삼성에 발목 ‘전체 붕괴’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만 만나면 작아지는 팀이 있다.
바로 호랑이군단 KIA 타이거즈다. 올 시즌 삼성전 11연패다. KIA는 10일 광주구장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4-10 대패했다. 지난 4월 27일 홈 삼성전 패배 이후 한 경기도 승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에이스 김진우를 투입하고도 대패, 그야말로 삼성전 트라우마를 안게 됐다.
특정팀에 약한 트라우마를 깰 책임이 있는 선수는 에이스다. 하지만 KIA의 삼성전 11연패는 바로 에이스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4월 26일 연패의 시작이 김진우였다. 당시 7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패했다. 7월 30일에도 3.2이닝 9피안타 7실점으로 붕괴됐다.
이날도 김진우는 5이닝 8피안타 2볼넷 7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에이스가 연패를 끊지 못하면 뾰족한 대책이 없는 셈. 김진우 난조는 2회 초 1사 1,2루 위기에서 진갑용에게 허용한 3점포가 빌미가 됐다. 3회에는 삼성에 3안타를 내주며 추가 2실점, 4회에는 최형우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허용하며 허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후 KIA는 채태인에게 좌중월 쐐기 투런포를 맞고 사실상 전의를 상실했다.
우승후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탈락했고, 올해도 현재 40승2무44패(승률 0.476)로 4위 넥센에 7게임, 5위 롯데에도 4게임 뒤진 6위에 머물러 4강행이 불투명하다.
SUN의 삼성 트라우마 '팀은 휘청'
올 시즌 삼성은 에이스 김진우에게도 트라우마지만 선수들 전체, 나아가서 선동열 감독까지 안고 있다. 선동열 감독은 바로 전임 삼성 수장이었다. 삼성 선수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령탑이므로 삼성전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는 감독이다.
하지만 성적은 정반대. 사실상 선 감독의 삼성 트라우마는 KIA 감독으로 부임한 작년부터다. KIA는 작년 6승1무12패로 삼성에 약했고, 올 시즌엔 더 심각해졌다. 선 감독은 사실상 삼성전에는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해서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지난 6월 28일 양현종 등판 일정을 늦추면서 삼성전에 선발로 기용하며 전의를 불살랐지만, 김상수에게 홈런포 두 방을 얻어맞고 덜미를 잡혔다. 이때 양현종은 오른 옆구리 부상으로 팀 전체 전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반드시 삼성만은 잡겠다’는 의지는 바로 왼손 사랑에서 읽을 수 있다. 앤서니 르루를 퇴출하고 영입한 듀웨인 빌로우 역시 왼손이다. 정형식-박한이-최형우-이승엽-채태인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중심 좌타 라인을 봉쇄하기 위해서는 왼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양현종 선발 스케쥴 조정도 그런 맥락이었다.
사실상 선 감독은 작년 KIA 감독으로 부임하면서도 외국인 왼손 투수를 원했다. 바로 실패한 왼손 호라시오 라미레스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강력한 왼손이 필요했지만 감독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벌어지고 있다. 우승을 노리던 KIA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삼성이기에 숙명과 같은 선택이었다.
게다가 삼성 감독직에서 물러날 때의 분위기도 선 감독이 삼성전에 임하는 자세를 다지는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삼성전 전의가 오히려 올 시즌 KIA의 삼성 트라우마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마운드 운용도 의문 'SUN 최대 위기'
선 감독은 사실상 국내 최고의 투수조련사로 꼽히는 지도자다. 투수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수준에 올라 김시진 현 롯데 감독과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투수진 운용에도 의문부호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 감독이 삼성 감독으로 부임한 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둘 때 야구 철학이 바로 '지키는 야구'였다. 삼성에선 통하던 지키는 야구가 KIA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다. 선발보다는 강한 불펜에 방점을 찍고 최소 득점을 최소 실점으로 승리를 거두는 효율적인 야구가 바로 지키는 야구의 핵심.
지키는 야구는 예측 가능한 야구이기도 하다. 5이닝 정도를 소화할 선발진과 뒤로 갈수록 강력해지는 불펜 방정식, 그리고 박빙의 승부에서 결승점을 짜내는 공식까지. 삼성이 대주자 강명구를 활용, 치열한 접전 상황에서 딱 필요한 점수만을 얻는 공식을 정립한 것은 바로 예측 가능한 야구의 핵이었다.
KIA에서는 예측 가능한 야구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 가장 중요한 클로저가 여전히 미완성이다. 앤서니 퇴출과 윤석민의 마무리 전환은 고육지책이다. 지키는 야구의 핵인 마무리가 2년 내내 실패했으니 자신의 야구 지론을 펼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이 대목이 의문을 낳고 있다.
전공 분야인 투수 조련과 투수 교체로 대표되는 마운드 운용에서도 선 감독의 권위는 흔들리고 있다. 무등산 폭격기에서 나고야의 태양, 그리고 국보로 추앙받던 해태 왕조의 레전드였던 선 감독이기에 그 충격은 작지 않다. 삼성전 11연패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 그야말로 선 감독은 감독 데뷔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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