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의 '쓴소리맨' 서울시를 말하다
<인터뷰>이창현 서울연구원장 "민원성 사업은 절대 안돼"
"버스환승제 등 성공사례 아시아 도시에 수출할 것"
“박원순 서울시장이 'NO' 못하는 민원성 사업? 서울연구원은 언제든 'NO'.”
서울시의 장기정책을 연구하는 서울연구원은 서울시청과 40분 거리에 떨어져있다. 서울연구원이 본청과 너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게 되면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기 어렵다는 이유다.
서울연구원은 연구원이라기보다 서울의 역사를 예술과 접목시킨 갤러리에 가까웠다. 우면산 산자락에 위치해 상쾌한 공기와 새 소리는 도심과의 거리를 새삼 느끼게 했다. 시끌벅적한 도심과 달리 크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는 섬세한 공간이었다.
지난 13일 서울연구원에서 취임 1년 기념으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한 이창현 서울연구원장은 "시청과 거리를 두고 미래를 위한 기획을 해야 한다"며 "너무 가까우면 단발성으로 떨어지는 과제밖에 수행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구원과 서울시청의 거리는 행정적 ‘자유’와 절차적 ‘독립’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자연은 각자의 원칙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자연, 생태, 에코가 서울시의 기본 컨셉이다. 연구원도 자연중심으로 가면 서울시 전체도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구원은 애초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라는 긴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이 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서울연구원'으로 바뀌었다. 이 원장은 “전국의 15개 시-도 연구원 이름에 다들 '개발', '발전'이라는 말이 들어간다”며 “개발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뺀 것에 의미가 있다. '시정'도 공무원이 요구하는 것만 하지 말자는 의미로 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서울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생활 기본 시설인 인프라와 공기의 질, 다양한 문화거리 등은 이미 세계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로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다. 하지만 뛰어난 성장에 비해 행복지수가 낮다는 불명예 역시 안고 있다.
이 원장은 “아파트와 건물, 공항 접근성 등등 인프라는 좋지만 정작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외적인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행복해 할 수 있는 내면적인 구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1문 1답
-취임 후 1년 6개월 소감이 어떤가?
"일단 교수 출신의 연구원장이라 비교적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 공무원이 서울연구원장으로 와있다면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연구원이 되기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싱크탱크를 운영하는 것에서 직접 운영보다는 자율 운영의 방식을 허락했다.
시에는 시민들이 요구하는 민원성 사업이 많다. 지하철 옆 방음벽 설치나 고가차로 지하화 요구 등 주택가가 생기기 전에 생겼던 시설물들에 민원이 들어오면 서울시의회나 국회의원들은 허가 도장을 찍는다. 하지만 민원성 사업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용인 경전철, 김해 경전철과 같은 것이다. 박원순 시장도 시의회 권력이라는 것이 있어 민원성 사업을 무시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연구원이 가차없이 'NO'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더이상 팽창되지 않는 서울 거대 담론으로 이끌기는 힘들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측의 정책을 180도 돌려 거꾸로 진행한다라는 불만이 있다. 시정의 연속성 문제 고민해봤나?
"그렇다. 우선 두 가지의 고민을 해봤다. 첫째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시대로, 인구 팽창 시대에서 인구 감소시대로, 청년이 많은 시대에서 노령화 시대로 패러다임은 변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시장의 정당이 어디여도 과거와 같이 개발과 성장의 담론으로 시를 이끌기는 힘들다. 팽창이 더이상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과거에는 복지수요가 없었는데 복지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저성장 시대의 도래, 복지수요의 급증이라는 두 가지 변화로 서울시도 기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시점에 온 것.
이것은 오세훈 전 시장이 계속 시정을 했더라도 용산 사태의 좌절과 같이 1~2년 사이로 나타날 문제였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면에서 박 시장은 변화된 패러다임에 자기를 부합시킨 것이다. 세계적인 트렌드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버스환승제, 공기 질의 변화 등 서울시의 성공을 아시아 도시에 수출할 것"
-서울연구원이 아시아도시의 메가시티(대도시) 협의체를 만드는 목적이 뭔가?
"서울시가 세계적인 메가시티인데 자꾸 시선을 국내에다만 두는 것 같다. 널리 봐야 미래가 보인다. 좋은 점 자부심을 가지고 키우고, 세계적인 도시에 비해 부족한 점이 있으면 그걸 받아들이면 된다. 협의체에 우리와 인구의 급을 같이하는 아시아로 한정을 했다. 아시아 도시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의 가치와 철학을 살리고 싶다.
또한 서울연구원이 아시아 메가시티에 서울시의 도시계획을 팔 수도 있다. 서울연구원이 서울시의 성공을 토대로 마스터플렌을 짜주겠다는 것이다. 현물 출자 대신 서울연구원의 도시계획을 드린다는 것이다. 이것이 진짜 창조경제다. 우리는 계속 서구의 패러다임을 배우고 있는데, 서울은 이미 세계에서 최고인 게 많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버스 환승제나 오세훈 시장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공기의 질을 좋게 바꾼 것 큰 업적이다. 이런 도시가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행정가적 이미지로 평가받고 싶어한다"
-박원순 시장의 리더십을 평가한다면?
"참 어려운 질문이다. 우선 박 시장은 갈등 초래형 지도자가 아닌 갈등 치유형 리더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패러다임이 바뀐 것은 박 시장이 바꾼 것이라기보다 세계적인 패러다임의 변화에 박 시장 스스로 적응을 한 것이고, 설령 박 시장을 정치적으로 보자면 갈등 치유형의 정책분란을 만들지 않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행보보다는 행정가적 이미지로 서울시장에 대한 평가를 잘 받고 싶은 점이 박 시장에게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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