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민주당 특위위원들 앞다퉈 '영웅 만들기'
내용도 없고 호통으로 일관 국정원 국조 "이럴거면..."
민주당이 자신만만하게 준비했던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당초 기대와 달리 이렇다 할 결과물을 만들지는 못한 채 이번에는 ‘권은희 영웅 만들기’에 돌입했다.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19일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해 12월 16일 발표한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해 “은폐·축소된 발표”라고 주장하며 “선거에 영향을 미칠 부정한 목적에 따른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전 과장은 또 김 전 청장이 영장 신청을 막았다고 주장했으며, ‘격려전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한 김 전 청장의 증언에 대해서도 “그 부분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거짓말이다”고 일축했다.
청문회가 끝나자 민주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너도나도 즉각적으로 ‘권은희 칭송’에 나섰다.
국조특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20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권 전 과장의 입을 통해서 김 전 청장과 그 이하 간부들의 공모범죄가 검찰의 공소장대로 그대로 였구나라는 것을 확인하는 날이었다”고 주장했다.
국조특위 위원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2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권 전 과장이 김 전 청장이 격려전화를 했느냐는 제 질문에 ‘그건 김 전 청장의 거짓말’이라고 당당하고 의연하게 답변할 때 제 가슴도 파르르 떨렸습니다. 오늘 청문회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지요”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만난 모든 분들이 어제 청문회를 보고 권 전 과장 얘기를 하네요. 시종일관 또박또박 진정성 있게 답변하는 태도에 모두 놀랐다는 반응입니다. 대한민국 경찰 가운데 권 전 과장같은 분이 많다면 그것이 희망이요, 미래이고, 대한민국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 일겁니다”라고 평가했다.
네티즌들도 인터넷 포털사이트 ‘Daum’의 아고라를 통해 권 전 수사과장 응원 서명에 돌입했다. 이들은 권 전 수사과장을 ‘철의 여인’, ‘유관순’으로 표현했다.
문제는 권 전 과장이 부각될수록 ‘민주당’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민주당은 이번 국정조사에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당내에서 ‘파이터(fighter)’로 평가받는 의원들을 특위위원으로 투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민주당을 향해 웃어주지 않았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선택하면서까지 끌어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 전 청장에 대한 청문회에서는 오히려 ‘준비부족으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사실상 마지막 청문회인 19일에도 민주당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가림막’으로 소중한 오전 질의시간을 허비했다. 오히려 ‘방패’인 새누리당이 ‘정청래 의원은 경찰 CCTV 동영상을 교묘하게 편집했다’며 ‘창’인 민주당을 공격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아무리 비싼 몸값의 ‘골잡이’라도 골을 넣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자신은 골을 넣지 못한 채 다른 선수의 골을 향해 박수만 치는 것은 자신의 ‘무능력’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권은희나 표창원 한사람만큼도 안 되는 민주당 지도부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능력 없는 지도부. 국민을 리드할 수 없는 지도부는 과감히 자리를 떠라나”는 한 네티즌의 쓴소리를 곱씹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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