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직자 도덕성'에는 왜 입 닫나
<기자수첩>채동욱 '권력 희생양'? 인사청문회 엄격한 잣대 어디로
민주당이 ‘혼외아들’ 논란을 겪고 있는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옹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핵심은 채 총장이 ‘권력의 희생양’이라는 것이다. 법무부가 지난 13일 채 총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직후, 그가 총장직을 내려놓자 ‘채동욱 옹호론’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다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권력 바로잡기’라는 주제 외에 ‘공직자 도덕성’과 관련, 함구하고 있는 민주당의 태도다. 민주당은 이때까지 채 총장을 향해 화살을 던진 이들에 대해서만 언급했을 뿐 채 총장이 있는 위치나 지켜야할 의무에 대해선 제대로 된 쓴소리 한 번 던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여러 공직자를 대해온 태도와 180도 다르다.
민주당은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에 있어선 사람을 가리지 않고 무서우리만치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왔다. 능력과 도덕성은 별개였다. 인사청문회에 선 공직후보자들의 병역,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 위장전입 등에 대해 빈틈없는 공격으로 당사자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 차후 이러한 일들이 적발됐을 땐 가차 없이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죄 없는 아이’가 상처받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마저도 엄격한 선을 그어왔던 게 바로 민주당이다. 지난 2011년 나경원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고액의 피부관리 클리닉에 다녔다는 의혹에 대해 “(다운증후군에 걸린) 아이의 치료 때문”이라고 해명하자 민주당은 “아이와 진상규명은 별개”라는 식으로 대응했었다.
물론 민주당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가정보원(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사건 의혹을 규명하는데 힘을 쏟고 있는 민주당은 채 총장의 혼외아들설이 보도된 뒤부터 각종 대중매체에 ‘국정원 개입설’을 들고 나왔는데 그 이유가 의심의 여지가 아주 없진 않기 때문이다.
우선 혼외아들설을 보도한 ‘조선일보’가 이 설의 근거로 제시한 것들은 철저한 개인 자료들이기 때문에 국정원과 같은 정보기관의 힘을 빌려 얻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보도 근거로 제시한 자료들은 가족관계등록부, 학적기록부와 같은 것들이다.
또 하나는 검찰이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사건을 두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기소하면서 그 수장인 채 총장이 국정원은 물론 청와대의 미움을 샀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는 채 총장이 국정원 사건만 잘 처리했더라도 촛불집회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청와대와 국정원의 합작’으로 채 총장 몰아내기가 자행됐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확증은 없으나 일이 흘러오는 상황을 살펴봤을 때 아귀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으니 문제제기를 완전히 뭉갤 수만은 없다. 때문에 만약 나중에라도 민주당이 지적한 것처럼 ‘채동욱 사건’에 대해 무언가 과정상의 잘못이 있었다면 이 부분은 반드시 짚고넘어가야할 일이다. 그것이 맞는 일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체적으로 너무 한쪽 편에 쏠린 게 아닌지 검토해봐야 한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는 16일 회담에서도 채 총장 문제를 국정원과 연계가 있기 때문에 주요의제로 꺼내겠다고 한다. 국정원과 연계가 있는지, 또 채 총장의 아들인지 아닌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형평성 문제가 있다. ‘역풍’은 이럴 때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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