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 투자자 피해 "누구를 원망할까"
만기 도래 자금 확보 무리수 VS 리스크 큰 단기 수익 노렸다
동양레저, 동양시멘트, 동양인터내셔널 등 동양그룹의 계열사 5곳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이곳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드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 내의 불완전판매 신고센터에는 불완전판매로 인해 피해를 당했다는 사연과 신청으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최근 불거진 '동양 사태'는 만기 도래되는 자금을 확보하려던 동양그룹의 무리수와 이를 통해 단기 수익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의 셈법이 맞물려 벌어진 사태라는 지적이 있다.
사건의 단초가 동양그룹에서 출발했다고 하지만 개인투자자들도 동양 CP의 수익률이 높았던 만큼 리스크를 염두해 투자에 보다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7일 금융권과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정기예금 금리가 평균 연 2.75% 수준인 저금리 시대에 동양그룹 계열사들은 최고 수익률 연 7.9%의 CP를 제시했다.
자금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돈줄을 쥐고 있는 동양증권으로 하여금 최고 수익률으로 현혹해 CMA에 돈을 묻은 투자자들과 지인을 통한 투자를 권유하면서 개미들의 투자 피해가 더욱 커졌다.
5일 현재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신청은 총 7396건이며 금액으로는 30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을 분석한 결과 40대가 28.8%(2123명)으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이어 30대가 24.6%, 50대 22.2%로 뒤를 이었다. 30~59세가 전체의 75.7%를 차지했다.
60대 이상 고령자는 19.8%(1380명)을 차지했으며 20대 이하는 5.5%(429명) 수준이다.
전체 7396명 가운데 신청서에 투자금액을 기재한 5952명을 분석한 결과, 평균투자액은 5200만원이다. 인원수로는 5000만원 이하가 72.6%(4319명)을 기록했다.
5000만원 초과 1억원 이하는 17.3%(1032명)이고 1억원 초과는 전체의 10.1%(601명) 수준이다.
물론 투자자들의 성향에 맞춘 투자 권유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채 불완전판매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단기 수익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주식보다 CP발행 절차 간편해
기업은 사업운영을 위해 회사채와 주식, 혹은 CP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회사채와 주식 발행은 절차가 복잡하고 시일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단기간 손쉬운 자금 조달 수단으로 CP발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채는 해당 기업의 이사회를 통해 발행 규모와 발행 대표 주관회사 등을 선정하고 이와 관련된 유가증권 신고서 및 간이사업설명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에선 기재된 내용이 형식·내용상 불분명하거나 오류가 있는지 여부를 점검한다.
금감원을 통과한 유가증권신고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하고 이후 기업은 사채발행을 공고해 투자자에게 회사채를 판매한다. 주식은 회사채 발행보다 절차가 더욱 까다롭다.
이와 반해 CP는 기업의 대표이사가 결제만 하면 단기간 내에 복잡한 절차 없이 즉시 발행이 가능하다.
특히 금융시장에서도 CP에 대한 수요가 많아 기업 측에선 CP 발행이 자금조달의 유용한 방법인 셈이다.
그만큼 CP투자자들은 투자 리스크를 안을 수 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시장 투자자들의 CP에 대한 수요가 높아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은 CP발행을 많이 하는 추세"라면서 "CP는 3개월 만기 등 단기로 발행되는 경우가 많고 금리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고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동양 사태는 금융시장에서의 CP수요와 동양의 단기자금 조달 필요가 맞물린 상황에서 벌어져 그 파급력이 더욱 큰 것으로 분석된다.
“고수익 CP 투자에는 항상 신중해야”
동양 CP의 불완전판매 정황이 포착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문제점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간 동양그룹의 부실이 가시화되면서 최근 몇달 새 무리한 회사채와 CP발행에 나선 동양증권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이유다.
금감원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충분히 반론을 할 수 있지만 동양 사태가 확산일로 커지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은 증권의 발행에 대해 신용등급 등에 따라 증권발행을 직접 제한하거나 금지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에서는 공모로 발행하는 증권에 대해 증권신고서 제출의무를 부과해 관련 정보를 공시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양그룹이 증권을 발행하는 경우, 발행 자체를 금지할 수 없다. 발생 시 증권신고서를 통해 '투자위험 요소'에 재무건전성 등 위험요소를 자세히 기재토록 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회사채의 경우 공모로 발행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CP의 경우 사모형태로 발행돼 증권신고서를 제출치 않고 발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사태를 바라보는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이 고수익 CP투자에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강종만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은 항상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에는 리스크가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그동안 CP로 인해 삼미 사태, LIG 사태 등이 터진 바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이번 동양 CP를 구입한 사람들 대부분이 금융지식이 부족한 일반 서민이라고 볼 수 없다. 상당수가 적어도 1000만 원대에서 억대 단위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투자자들"이라면서 "고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이라면 자신의 투자에 대해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CP투자는 기본적으로 우량기업의 CP를 선택해야 하지만 고수익을 노린다면 투자자의 리스크 감수는 당연한 것"이라면서 "동양증권의 권유에 의해 동양 CP에 투자한 일반 투자자도 있었겠지만 상당수는 고수익과 우량 CP라는 점을 노린 투자자들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