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잊어라' 단테도 콕 집은 손세이셔널 있다
1년 전 런던올림픽 선제골 얻어맞고 급격히 무너져
기죽지 않고 골 넣겠다는 손흥민 다부진 각오 돋보여
2012 런던올림픽에서 네이마르가 이끄는 브라질에 0-3 참패했던 홍명보호가 홈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다.
1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리는 브라질(FIFA랭킹 8위)과의 평가전에는 한국은 물론 브라질 역시 런던올림픽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대거 포함 리턴 매치 성격도 띤다.
당시 브라질은 올림픽 첫 금메달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금메달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매 경기 3골씩 폭발하는 매서운 공격력을 과시했지만 정작 결승에서는 멕시코에 1-2로 패했다. 금메달을 노리고 최정예 멤버를 구축했던 브라질의 아쉬움은 상당히 컸다. 반면, 한국은 당시 브라질전 아픔을 뒤로하고 한일전에서 승리,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뛰었던 ‘신성’ 네이마르(21·바르셀로나)를 비롯해 오스카(22·첼시)와 헐크(27·제니트), 알렉산더 파투(24·코린티안스), 마르셀루(25·레알 마드리드) 등이 이번 대표팀에 포함됐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네이마르. '펠레 후계자', '제2의 메시' 등 화려한 수식어를 갖고 있는 네이마르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최고 공격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FC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바르셀로나는 이적료 5000만 유로(약 730억원)를 퍼부었다. 볼 키핑이 뛰어난 네이마르는 빠른 발은 물론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농락한다.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움직임도 날카롭고 골 결정력까지 겸비했다. 올 시즌 프리메라리그 7경기 2골 5도움을 올릴 만큼 빠른 속도로 팀에 녹아들고 있다.
현재 한국 대표팀에는 ‘맏형’ 격인 박주영(28·아스날)이 빠졌지만 오랜만에 합류한 기성용(24·선덜랜드)을 비롯해 당시 올림픽대표팀 출신 멤버가 11명에 이른다. 특히, 이들 대다수가 주전 멤버로 이날 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대표팀은 당시 경기를 잊지 않고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당시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과의 4강전은 패했지만 내용은 괜찮았다”며 “그때 저질렀던 실수만 나오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주장이었던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도 “올림픽은 잊었다”며 “상대가 강하지만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승산은 있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당시 올림픽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던 선수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손세이셔널’ 손흥민(21·레버쿠젠)이다. 손흥민은 “공격수로서 당연히 골을 노릴 것”이라며 “동료들과 호흡을 잘 맞춰 브라질을 꺾어보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이미 유럽무대에서 오랜 시간 활약한 덕에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선수들과의 맞대결에도 전혀 굴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브라질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기가 죽을 필요는 없다”면서 “기죽지 않고 하던 대로 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해봐야 아는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세계최강’ 바이에른 뮌헨의 핵심 수비수로 활약 중인 브라질의 단테(30)도 손흥민을 경계대상 1호로 꼽았다. 단테는 “독일 무대에 한국 선수들이 있어 낯설지 않다”면서 “손흥민과 지난 주말 리그 경기를 뛰었다. 빠르고 실력이 뛰어나다. 양발을 두루 잘 써 브라질이 가장 조심해야할 선수”라고 평가했다.
소속팀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확실히 인정을 받았다.
유럽파가 가세한 지난달 아이티전과 크로아티아전에서 홍명보호는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떨어졌지만 이청용과 더불어 측면을 파고든 손흥민의 날갯짓은 화려했다. 손흥민은 치고 달려가 크로스하기 보다는 중앙으로 파고들며 슈팅하는 움직임이 돋보였다. 따라서 다른 포지션에 비해 최전방이 약한 홍명보호의 약점을 보완하는 역할까지 가능했다. 손흥민의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평가전이었다. 홍명보 감독도 손흥민을 공개적으로 높이 평가했다.
사실, 손흥민은 17세였던 2009년 U17월드컵에 출전해 3골을 넣고 두각을 나타냈으며 전 소속팀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SV에서도 맹활약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U20 대표팀부터 2012 런던올림픽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도 손흥민을 끝내 부르지 않았다.
런던올림픽에 없었던 손흥민이 가세한 대표팀은 홈에서 맞는 브라질전에서 결코 무기력하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다. 물론 당시 경기력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점 후 급격히 무너졌다. 상대가 브라질인데 선제골을 얻어맞으니 선수들도 위축되거나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손흥민이 세계적인 수비수들이 넘치는 브라질 수비라인을 휘젓고 침투하는 것도 멋진 그림이라면, 단테에게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하는 당돌함은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단테를 농락하는 날카로운 침투보다 6만 관중의 더 큰 갈채를 이끌어낼 수 있는, 1년 전 브라질전에서 잃었던 패기 넘치는 파이팅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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