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29·서울시청) 황대헌(26·강원도청)이 레이스 도중 또 충돌한 가운데 ‘17세’ 임종언(노원고)이 남자부 종합 1위로 2차 선발전에 진출했다.
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는 2025-26 쇼트트랙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이 펼쳐졌다. 다음 시즌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매우 중요한 무대다.
1차 선발전 상위 24명이 진출하는 2차 선발전(12~13일)에서는 1차 선발전 성적을 합산, 상위 8명(여자부 7명)이 태극마크를 단다. 올림픽 포함 국제대회 개인전 우선 출전권은 남녀 상위 3명에게 주어진다.
남자부 1차 선발전 1위는 2022-23시즌, 2023-2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랭킹 종합 1위에 등극한 크리스탈 글로브(2개)의 주인공 박지원이 아니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대헌도 아니었다. 과거의 에이스와 현재의 에이스를 밀어내고 ‘신예’ 임종언이 1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 사이 둘은 또 충돌했다. 준준결승 1조에서 박지원과 황대헌은 나란히 레이스를 펼쳤다.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박지원이 앞서 있는 황대헌을 인코스로 추월하려 했다. 이때 황대헌의 몸이 인코스 쪽으로 기울면서 박지원과 충돌했다. 그로 인해 박지원은 균형을 잃고 넘어진 뒤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황대헌에게 반칙을 선언했다. 황대헌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심판진은 페널티를 적용했다. 심판진은 직선 구간에서 인코스 레인 변경으로 인한 접촉 유발 규정을 적용해 실격 처리했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박지원은 구제됐다. 이어 준결승에 오른 뒤 2차 선발전에 가까스로 진출했다. 황대헌은 앞선 레이스에서 포인트를 많이 쌓아둔 상태라 3위로 2차 선발전에 올랐다.
‘숙명의 라이벌’ 둘의 충돌은 처음이 아니다. 2023년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를 시작으로 지난해 세계선수권, 국가대표 선발전 등 반년 사이 네 차례나 충돌했다. 그로 인해 박지원은 출전권을 놓치는 등 늘 피해자가 됐고, 황대헌의 고의 반칙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황대헌은 “결코 고의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쇼트트랙 팬들은 황대헌의 레이스를 문제 삼으며 거칠게 비판했다. 파장이 커지자 황대헌은 지난해 4월 박지원을 만나 사과했고, 박지원도 이를 수용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이날의 충돌로 다시 한 번 둘의 ‘과거 악연’이 소환됐다.
이번 선발전도 끝난 게 아니다. 충돌은 또 발생할 수 있다.
12~13일 펼쳐지는 2차 선발전이 있다. 500m·1000m·1500m 레이스를 펼치는데 1위에게 34점, 2위에게 21점이 주어진다. 올림픽 개인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는 3위 안에 들기 위해서는 황대헌이나 박지원 모두 최소 한 종목에서 1위를 차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1차 선발전보다 더 치열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
한편, 여자부에서는 ‘람보르길리’ 김길리(21·성남시청)가 500m에 이어 1000m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1500m에서도 2위를 차지한 김길리는 89점으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1500m 1위 노도희(30·화성시청)가 총점 55점으로 2위, 최지현(31·전북도청)이 29점으로 3위.
베테랑 최민정(성남시청)은 2024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국가대표 자격을 ‘자동’ 획득한 상태다. 따라서 여자부는 종합 2위 안에 들어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인 종목에 출전할 수 있다. 남자부 4~5위와 여자부 3~4위는 단체전 주자로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