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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톱 근접’ 이근호, 월드컵 상처 치유할까


입력 2013.10.17 11:27 수정 2013.10.17 11:33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말리전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공간 창출..홍 감독 기대 부응

월드컵행 불씨 살린 이근호. ⓒ 연합뉴스

최전방 공격수 부재로 오랫동안 신음했던 홍명보호가 희망의 실마리를 찾았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15일 말리와의 평가전에서 이근호 원톱 카드를 깜짝 꺼내들었다. 최근 김동섭, 김신욱, 조동건, 지동원 등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원톱형 공격수를 두루 점검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던 홍 감독으로서는 최후의 선택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근호의 본업은 2선 공격수다. 투톱 시스템에서는 최전방까지 소화한 경험이 있지만 포스트플레이나 공중전에 능한 전형적인 원톱은 아니다. 그러나 브라질전에서 꺼내든 지동원-구자철 카드가 또 실패한 홍 감독으로서는 말리전에서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근호는 그나마 홍명보호에 승선한 공격수 중 홍 감독이 원하는 원톱 역할에 그나마 가장 근접한 움직임을 나타냈다. 홍 감독은 원톱에게도 폭넓은 활동량과 수비가담, 미드필더와의 연계플레이를 요구한다. 이근호는 이 역할에 부응했다.

쉴 틈 없는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공간을 창출하는가 하면, 좌우 사이드를 오가는 폭넓은 움직임으로 측면 공격수들과 위치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를 교란했다. 수비 전환 시에는 최전방에서부터 강력한 압박으로 말리의 전진패스를 저지했다. 이근호의 헌신적인 팀플레이에 힘입어 한국의 공격은 최근 몇 차례 평가전 중 가장 활기를 띠었다.

직접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는 것은 물론 아쉽다. 이근호는 이날 몇 차례 찬스를 맞이했지만 마무리에 실패했다. 하지만 구자철-손흥민-김보경으로 이어지는 2선 공격수들의 득점이 터진 것에는 이근호의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있었다.

득점은커녕 제대로 된 찬스조차 잡지 못하던 기존 공격수들에 비해 이근호의 돌파와 움직임은 예리했고 득점찬스로 연결되는 과정이 훨씬 매끄러워졌다. 전술적인 면에서 이근호의 원톱 기용이 비교적 성공작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다.

‘임시’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근호에게 이런 역할은 이미 익숙하다. 허정무호 시절에 4-4-2에서의 투톱 공격수로 주가를 높인 것을 시작으로 조광래호와 최강희호를 거치면서는 중앙과 2선에서의 모든 포지션을 넘나들었다.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포지션에 공백에 생기거나 기존 주전들이 슬럼프에 빠지면 감독들은 하나 같이 이근호를 대안으로 택했다. 어떤 포지션에 배치해도 기본 이상 해내는 이근호의 성실함과 전술 소화력이 빛나는 대목이다.

물론 이근호의 원톱 기용은 아직까지 대표팀의 플랜 B에 가깝다. 확실한 최전방의 주인을 찾기 위한 홍명보호의 실험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근호라는 옵션을 발굴하는 등 수확은 있었다. 중요한 것은 아시아 최종예선 이후 대표팀 내 입지가 다소 흔들리는 듯했던 이근호가 월드컵 무대를 위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는 점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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