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 조짐’ LG·두산…KS행 필요조건은?
LG-두산, 수비와 불펜서 심각한 약점 드러내
'믿을 구석' 타격과 선발 힘으로 버티는 것이 관건
1승씩 주고받은 LG와 두산의 플레이오프가 접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LG는 16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두산과의 홈 2차전에서 8이닝 1피안타 무실점한 선발 리즈 호투를 앞세워 2-0 승리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1승 1패가 된 두 팀은 19일 잠실구장서 더그아웃만 바꾼 채 3차전을 치른다.
플레이오프에 앞서 LG와 두산은 나름의 고민을 안고 있었다.
먼저 LG는 리즈가 등판한 2차전이 최대 고비였다. 아무래도 11년 만에 맞이한 가을 야구이기 때문에 LG 선수들은 1차전에서 크게 긴장했다. 2차전에서 리즈가 무너졌다면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두산의 기세에 눌려 시리즈가 조기에 끝날 수도 있었다.
두산은 투수 카드가 없던 1차전이 문제였다. 두산의 마운드는 넥센과 5차전까지 치르는 동안 6경기에 해당하는 무려 55이닝을 소화했다. 따라서 투수들은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하지만 1차전에서 선발 노경은이 6이닝을 버텼고, 준PO에서 불안했던 홍상삼(3이닝 무실점)이 살아나며 최고의 결과를 받아들었다. 2차전에서는 비록 패했지만 7명의 투수를 투입해 컨디션 점검까지 마쳤다.
이제 시리즈 향방을 가를 3차전이다. 당연히 3차전을 잡는 팀이 한국시리즈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밟게 된다. 역대 5전 3선승제로 치러진 포스트시즌(준PO, PO 포함)에서 1승1패가 된 경우는 모두 14차례다. 이 가운데 무려 11번이나 승부가 5차전까지 이어져 접전 양상을 보인 바 있다.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다.
시리즈가 길게 이어질 경우 유리한 쪽은 아무래도 LG다. 반면, 두산은 준PO에서 너무 많은 체력 소모를 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표정에서 벌써부터 피로가 엿보인다. 그렇다고 두산이 낙담할 필요는 없다. 3~4차전에서 나란히 필승카드를 꺼내들기 때문이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순서의 차이가 있을 뿐 유희관과 더스틴 니퍼트가 3~4차전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좌완 유희관은 좌타자가 많은 LG 타선을 봉쇄할 최적의 카드다. 물론 유희관은 좌타자보다 우타자에게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올 시즌 LG전 7경기에 나와 3승 1패 평균자책점 2.88로 호투했다.
물론 유희관과 니퍼트가 ‘믿는 구석’이긴 하지만 이들이 무너진다면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진다. 이미 포스트시즌 전부터 불펜에 큰 약점을 드러냈던 두산은 2차전에서도 6명의 구원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오현택(0.1이닝)을 제외하면 모든 투수들이 안타 또는 볼넷을 내주며 LG 타선을 압도하지 못했다. 두산의 시리즈 성패 여부는 선발 투수의 이닝 소화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는 침체된 타격감이 언제 살아나느냐가 관건이다. 중심 타선의 이진영의 무안타 침묵이 가장 큰 고민거리며, 박용택과 이병규(7번)를 제외한 대부분의 타자들도 지친 두산 투수들을 상대로 역부족이었다.
더욱 큰 고민은 기본기 미숙이다. 팀 내 베테랑이자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지닌 정성훈의 3루가 내야의 큰 구멍이 되고 말았다. 정성훈은 1차전 실책 2개에 이어 2차전에서도 머뭇거리다 병살 플레이를 놓치고 말았다.
LG의 수비 불안은 시리즈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을 야구에서는 타격보다 수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즉, 실수를 얼마나 덜 하느냐에 승패가 엇갈리곤 했다. 견고한 수비로 왕조를 이룩한 SK와 강력한 타선을 보유하고도 잇따른 실책으로 번번이 탈락한 롯데가 좋은 예다.
불펜의 흔들림과 수비의 불안감은 각각 두산과 LG가 끝까지 안고 가야할 문제다. 지금 당장 개선할 수도 없어 각자가 지닌 강점으로 약점을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 두산 선발의 이닝 소화력과 LG 타선의 부활, 결국 창과 방패의 대결이 한국시리즈로 향하는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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