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마저 와르르’ 두산의 역대급 마무리 깨기
두산 공격력에 넥센 손승락·LG 봉중근도 붕괴
삼성은 3차전 불펜 걱정…한국시리즈 최대 변수
정말로 '미라클 두산'이다. 두산의 공격력에 상대 최고 마무리들이 모조리 무너지고 있다.
두산은 25일 대구 구장에서 벌어진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연장 13회초 오재일의 결승 솔로 홈런으로 '끝판대장' 오승환을 무너뜨리며 5-1 승리했다. 원정에서 1승 1패만 거둬도 성공인 두산은 의외의 2연승을 거두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안방 잠실벌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두산의 공격력은 이미 9개 구단 가운데 최고다. 마운드가 약하지만 4위 자격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타선의 영향이 컸다. 바로 이 타선이 상대의 최고 마무리를 모조리 무너뜨리면서 시리즈 향방을 안개 정국으로 몰고 갔다.
두산의 공격력은 이미 준플레이오프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넥센을 물리치고 플레이오프에 나가기 위해서는 올 시즌 46세이브(3승 2패)에 2.30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마무리로 군림한 손승락을 넘어서야만 했다.
그러나 손승락은 이상하게도 두산에 약했고 이것이 두산의 타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손승락은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3경기 등판해 1패 2세이브에 그쳤다. 평균 자책점도 무려 10.13이나 됐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지긴 했지만 손승락을 상대로 9회초에 한 점씩 뽑아냈다. 5차전에서는 손승락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중력을 보였고 결국 연장 13회초에 바뀐 투수들을 상대로 5점을 뽑아내면서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두산의 다음 상대는 LG의 봉중근이었다. 봉중근은 올 시즌 38세이브(8승 1패)에 1.33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세이브는 손승락이 더 많지만 안정성만 놓고 보자면 봉중근이 한 수 위다. 봉중근은 두산전에 무려 10경기에 나서 8세이브를 따냈을 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 때문인지 두산의 타자들은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봉중근을 공략하지 못했다.
그러나 두산은 결국 4차전에서 봉중근을 무너뜨렸다. 2승 1패로 앞선 두산이 2-1로 근소하게 앞서던 8회말 봉중근이 등판하자마자 최준석의 솔로 홈런과 오재일의 3루타에 이은 중견수 박용택의 실책으로 단숨에 두 점을 추가했다.
이원석이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긴 했으나 곧이어 오재원이 3루타를 쳐내면서 봉중근이 마운드에서 강판됐다. 이날 봉중근은 아웃 카운트 하나만 잡고 3실점하면서 LG의 가을 야구가 끝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손승락과 봉중근이 무너질 때만 해도 설마 두산이 오승환까지 무너뜨릴까 하는데 의구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오승환이 올 시즌 28세이브(4승 1패)에 그치면서 세이브 부문 4위에 그치긴 했지만 '끝판 대장'이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가 나서면 사실상 경기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평균 자책점도 1.74로 상당히 좋았다. 두산전 평균 자책점이 3.86으로 다소 좋지 않았지만 패전 없이 4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오승환도 역시 '사람'이었다. 팀이 점수를 내지 못해 계속 동점인 상황에서 오승환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한계 투구수가 넘어가자 두산에게 기회가 왔고 결국 오재일이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을 날렸다. 오승환도 홈런 한 방에 그대로 마운드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 프로야구 최고 마무리인 오승환이 무너진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 두산으로서는 오승환이 나온 경기에서 이겼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시리즈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게다가 오승환이 무려 53개의 공을 던졌기 때문에 하루 쉰다고 하더라도 3차전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다면 두산으로서는 3차전이 더 쉬워진다. 오승환이 설령 3차전에서도 등판한다고 하더라도 '언터처블' 정도의 구위를 회복할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에 2차전 승리는 두산에게 더욱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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