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수? 문재인 "검사들, 이해 부족한 것 같더라"
9시간 조사받고는 "대화록 불법유출도 수사해야"
대화록 초본 삭제 관련 '모른다'로 일관
“검사들의 충분한 이해가 없었던 것 같았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6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건과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은 뒤 이 같이 검찰을 지적했다. 그는 이날 조사에서 이지원(e知園) 문서관리 시스템 및 기록물 이관 등에 대해 검찰 측에 충분히 설명을 했다며 “제대로 이해하게 됐을 것이란 생각”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참여정부가 꾸려온’ 시스템 방식을 이해하란 주문이다.
문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록 초안에 대한 수정·보완지시를 했고, 이에 따라 수정·보완 보고가 이뤄진 사실이 검찰자료에서 확인됐다”며 “보완된 회의록이 보고된 이상 초안이 이관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시스템’을 설명했다. 수정본이 만들어질 경우, 초본은 중복문서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검찰조사를 받아온 또 다른 참여정부 관계자들의 주장과 동일하다. 문 의원이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답변을 한 셈이다. 그는 이외에도 수정본의 기록관 미이관에 대해 대화록 작성에 관여했던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의 ‘단순한 실수’라는 참여정부 측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의성이 없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문 의원은 대화록과 관련해 참여정부 및 자신에게 쏟아진 의혹에 대해 이 같이 항변한 뒤 여권으로 화살을 돌렸다. 그는 “검찰은 이번 사건의 본질인 대화록 불법 유출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47분경 서울 서초동 경찰청사에 도착해 밤 11시 25분경까지 9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은 그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뒤 승용차를 타고 자리를 떴다.
앞서 문 의원은 조사를 받기 전 청사 앞에서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NLL을 확실히 지켰다”며 “대화록은 멀쩡히 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비밀기록을 국정원과 여당이 불법적으로 내용을 왜곡해 대선에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열세인 ‘대화록 실종’에서 공세 가능한 ‘대화록 유출’로 이슈를 옮기려는 움직임이다.
개인의 실수? 상부의 지시?
문 의원은 2007년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아 대화록 생산 및 기록관 이관 과정에 관여했으며,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광수 부장검사)는 문 의원의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해 지난 2일 출석요구를 했다. 그는 이에 “당당히 응하겠다”고 한 뒤 6일 조사에 임했다.
하지만 사건이 종결되긴 어려워 보인다. ‘참여정부 핵심관계자’라는 문 의원까지 조사를 마쳤지만, 아직까지 ‘대화록 미스터리’가 남아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동안 기록물 관리에 관계된 참여정부 인사 20여명을 조사하면서 대화록 삭제 및 미이관이 상부지시에 따른 것이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조 전 비서관의 ‘개인의 실수’로 선을 긋고 있지만, 오는 주말경 발표될 검찰의 최종수사결과에서 ‘상부의 정체’가 누구로 밝혀지냐에 따라 지금보다 더 큰 파장이 있을 수 있다.
아울러 대화록 초본과 수정본 간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관심사다. 앞서 검찰은 초본과 수정본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저자세 회담’을 감추기 위해 초본은 은폐하고, 수정본을 만든 것으로 추측한다. 이에 대한 검찰발표 시 여야 간 ‘해석의 차이’를 두고 또다시 정쟁이 벌어질 수 있다.
한편, 문 의원은 이번 사건에서 처벌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검찰에서 처벌이 가능한 부분은 ‘대화록 초본 삭제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는 것인데 문 의원은 이에 대해 “모른다”고 진술했으며, 직접적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신 직접 삭제 과정에 관여한 조 전 비서관과 임상경 전 기록관리비서관 등은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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