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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신조어 'ㄴㄱㄴ' 'ㅂㅁㄱ'을 아시나요?


입력 2013.11.17 10:21 수정 2013.11.17 10:27        김수정 기자

초등생 82% "신조어 안쓰면 대화가 불가능하다"

인터넷 용어에 함몰된 아이들 표준어 습득 난망

청소년들이 자신들만 아는 뜻의 신조어 즉 '외계어'를 지원한다는 폰트 용례. 인터넷 화면 캡처.
“신조어 사전 없이는 인터넷 게시판 접근도 못하겠어요.”

인터넷 커뮤니티, SNS을 통한 자유로운 온라인상 소통의 공간이 늘어나면서 맞춤법이나 문법을 무시한 ‘외계어’의 습격이 나날이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일간베스트’ 등 이른바 ‘잉여(쓸모없는 사람들의 공간, 디시인들이 자학하며 부르는 호칭) 사이트’들을 통해 쏟아지는 신조어들이 온라인상에 쏟아지면서 10대 청소년은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잘못된 언어 습관을 길들이거나 일종의 문화차단 현상까지 지적되고 있다.

최근 한 트렌디 드라마를 즐겨보게 된 직장인 A씨(29·여)는 해당 드라마를 공유하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했으나 생전 처음 접한 인터넷 신조어들로 애를 먹었다.

A씨는 “오랜만에 모 드라마에 푹 빠져 그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디시인사이드’ 내 해당 드라마 갤러리에 접속하게 됐다”면서 “그런데 사이트 내 구성원들과 소통을 하고 싶어도 알 수 없는 신조어들 투성이라 외국어를 해석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단어의 뜻을 찾아야 했다”고 밝혔다.

A씨가 뜻을 알 수 없었던 ‘ㄴㄱㄴ’은 ‘너곧나’의 준말로 ‘네 말에 동의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이는 ‘ㅇㅇ’(응응)이라고 함축했던 것에서 더 나아간 신종 인터넷 용어다. 또한, ‘ㅂㅁㄱ’은 ‘병먹금(병신먹이금지)’으로 ‘괜한 악플러나 딴지를 거는 사람들에게 댓글 등으로 반응해 주지 말라’는 경고성 신조어다.

A씨는 "내가 작성한 글에 ‘ㄴㄱㄴ’ ‘ㅂㅁㄱ’ 등의 댓글이 자주 달렸는데 그 뜻을 몰라 일일이 검색어로 찾아봤다”고 전했다. 그나마 예전에는 함축어 수준이었던 신조어들이 최근에는 초성만으로 표기가 돼 그 뜻을 더욱 알 수 없어진 것이다.

이 밖에도 ‘병맛 쩐다’(병신 같은 느낌이 강하다) ‘ASKY’('애인이 ‘안생겨요’의 알파벳 약어) ‘여자·남자 사람’(연인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이성을 가리키는 호칭) ‘존예’(정말 예쁘다) 등 그 의미를 유추하기 힘든 용어들이 해당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었다.

그는 “물론 ‘잉여 사이트’들 특성상 특유의 인터넷 용어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친 부분이 있다”며 “심지어 일부는 이런 용어를 물어보면 ‘모르면 나가라’식의 배타적인 모습도 서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는 “특히 이런 용어들을 10대 청소년들이 ‘놀이’문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용어처럼 사용할수록 세대 간, 계층 간 소통 단절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법제화 할 수는 없지만 일종의 자정노력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학교 교사 서모씨(36·남)도 “요즘 학생들이 사용하는 말 중 알아듣기 힘든 인터넷 신조어들이 많이 있다”며 “아이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틈틈이 신조어를 숙지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신조어들을 다 알기란 녹록지 않을뿐더러 저속한 표현도 상당해 문제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 씨는 또 “특히 인터넷 용어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아이들 중 표준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뿐더러 자신이 말하는 표현이 잘못됐다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이는 아이들 대부분이 초등학교부터 인터넷 공간에서 잘못된 신조어 습관이 길들여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서 씨의 말대로 현재 우리나라 국내 초등학생 10명 가운데 8명은 ‘외계어’에 가까운 신조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대화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체험학습 포털 사이트 위크온(www.weekon.co.kr)이 최근 초등학생 423명을 대상으로 한글 사용 인식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생 345명(82%)은 ‘신조어를 쓰지 않고서는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답했으며 그러지 않고도 대화할 수 있다는 답변은 18%에 그쳤다.

응답생 78%는 ‘신조어 사용이 일상 대화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해 학생들의 언어습관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세중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장은 1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인터넷 상 신조어 풍토는 또래 간, 특정 집단 간 일종의 ‘놀이문화’로 볼 수 있다”며 “이를 일방적으로 규제하거나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다”고 전했다.

김 단장은 그러면서 “다만, 이를 공공기관이나 미디어를 통해 부각되거나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나날이 심각해지는 학생들의 언어파괴를 바로잡으려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담당교사나 학부모들의 세심한 지도는 물론 지속적으로 올바른 언어사용 캠페인 등을 통해 의식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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