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새 똑같은 실수 '정성룡 위기론' 가속화?
K리그 이어 러시아전서도 땅볼 크로스서 실수
안정감도 크게 떨어져…경쟁자 김승규는 선방 거듭
정성룡(수원 삼성)이 머리까지 깎고 '와신상담'을 노렸지만 똑같은 실수로 체면을 구겼다.
반면, 경쟁자 김승규(울산 현대)는 선방 쇼로 입지를 계속 굳혀가고 있어 골키퍼 주전 경쟁의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정성룡은 19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서 벌어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1-0 앞서던 전반 11분 로만 시로코프의 땅볼 크로스를 쉽게 처리하려다 표도르 스몰로프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나흘 전 스위스와 평가전을 승리로 이끈 뒤 사기가 충만했던 홍명보호의 기세는 전반 5분 김신욱(울산 현대)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성룡의 실책이 모든 것을 앗아가고 말았다. 결국, 한국은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후반 13분 드미트리 타라소프에게 역전 결승골을 내줘 1-2로 패했다.
러시아전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끈 선수는 단연 GK 정성룡이었다. 정성룡은 스위스전에서 1실점하긴 했지만 잇따른 선방을 펼친 경쟁자 김승규에 밀리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 잡고 나왔다.
하지만 정성룡의 단호한 결의는 불과 11분 만에 깨지고 말았다. 오른쪽에서 땅볼로 내준 시로코프의 크로스를 안이하게 잡으려다가 이를 놓쳤고, 골문으로 쇄도하던 스몰로프의 발에 걸리면서 동점골을 내준 것.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문제는 정성룡의 실수가 거듭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전반 11분 실점 장면은 불과 9일 전에도 했던 실수였다는 점에서 더더욱 심각하다. 정성룡은 지난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서 열렸던 포항전에서 고무열에게 결승골을 내줬는데 이 장면이 러시아전 동점 실점 상황과 비슷하다.
정성룡은 당시 신광훈이 오른쪽에서 내준 땅볼 크로스를 잡으려다가 골문으로 쇄도하던 고무열의 방향 바꾸기 슈팅으로 허무하게 실점했다. 포항전에서는 고무열에게 끊겨서 실점한 반면 러시아전은 공을 놓쳐 실점했다는 점에서 약간 차이가 있지만 모두 땅볼 크로스를 안이하게 처리하려다 생긴 실수였다. 오히려 러시아전 실점은 공을 놓쳤다는 점에서 더 큰 실수다.
골키퍼의 첫 번째 미덕은 '안정감'이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이운재가 주전 장갑을 낄 수 있었던 것도 김병지의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판단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정성룡의 장점이 꾸준함이었는데 이런 장면이 줄어들고 실수가 잦다면 홍명보 감독으로서도 믿고 내보내기 힘들다.
이에 비해 김승규은 계속 선방을 거듭하고 있다. 홍 감독의 마음에 들 수밖에 없다. 정성룡은 최근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머리카락까지 자르며 각오를 다졌고 러시아전에서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오히려 자신의 위기론만 부추기고 말았다.
이렇게 된다면 정성룡 선수 본인으로서는 조급해하지 말고 마음을 다스릴 필요가 있다. 골키퍼 경쟁 때문에 마음이 급하겠지만 이럴수록 돌아가야 한다. 더구나 계속된 실책과 실수로 자신감까지 떨어진 상황이라면 선수 스스로 심리를 다스려야만 한다. 때에 따라서는 스포츠 심리 치료라도 받아야 한다. 많은 선수들이 마음이 안정되지 못해 컨디션이 떨어졌을 때 스포츠 멘탈 코치를 찾아가 심리 치료를 받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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