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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GK 정성룡에게 찾아온 예고된 위기


입력 2013.11.20 11:04 수정 2013.11.20 11:17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리그 경기 이어 러시아전에서도 실책성 플레이

경쟁 체체 없었던 것이 발전이나 동기부여에 악영향

[한국-러시아전]정성룡이라는 이름값에 맞지 않은 플레이가 뼈아팠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 넘버원 골키퍼로 군림해온 정성룡(28·수원)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정성룡은 19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자빌스타디움서 열린 러시아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실책성 플레이로 동점골을 내주며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홍명보호는 김신욱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2 역전패 했다. 일본이 FIFA랭킹 5위 벨기에에 3-2 역전승을 거둔 것과 대조를 이룬 결과다.

정성룡이라는 이름값에 맞지 않은 플레이가 뼈아팠다. 러시아가 전반 12분, 한국 문전에서 측면 돌파 후 시도한 땅볼 크로스는 정성룡 정면으로 향했지만 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옆으로 흘렸다. 이때 쇄도한 상대 공격수가 가볍게 밀어 넣으면서 첫 실점을 했다. 이후 눈에 띄게 자신감이 떨어진 정성룡은 후반 14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두 번째 골을 내줬다.

눈에 보이는 실책은 한 번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정성룡은 이날 상대 슈팅에 대한 반응속도나 위치선정, 동료들에 대한 수비조율 등 모든 면에서 기대 이하였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처음 치르는 원정경기였고, 대표팀 내 국제경험이 풍부한 골키퍼로서 안정감 있는 경기운영을 기대했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다.

정성룡의 난조는 2013시즌 들어 대표팀 수비라인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소속팀 경기에서도 예전 같은 민첩한 선방과 안정된 페널티라인 장악은 볼 수 없고, 어이없는 실수로 실점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대표팀 내에서 경쟁 없이 지나치게 정성룡을 의존했던 것이 선수의 발전이나 동기부여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을 한다.

정성룡은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부동의 골키퍼로 꼽히는 이운재를 밀어내고 처음 주전을 차지한 이래 2011 아시안컵-2012 런던올림픽-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예선 등 굵직한 국제무대에서 골문을 독점해왔다. 그때도 지나친 의존도로 차세대 골키퍼를 육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따라다녔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7월 부임 이후 골키퍼진에도 정성룡 독점 체제에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 김승규-이범영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정성룡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2002년 이운재가 김병지를 밀어내고, 2010년에는 정성룡이 다시 이운재를 밀어냈듯, 정성룡도 후배들과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아쉬운 것은 아직 정성룡이 노쇠화나 슬럼프를 논하기에는 이른 나이라는 점이다. 85년생인 정성룡은 골키퍼로서는 이제 갓 전성기에 접어들 때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대표팀 넘버원 골키퍼로 축적한 경험에 비해 정성룡의 기량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스스로 변화하지 못하는 한 다가오는 2014 브라질월드컵 주전 장갑은 그의 차지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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