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법안 9개중 신의진 안만 돌맞은 이유는
<기자수첩>정작 게임산업 규제하는건 게임중독법 아닌 다른 법안들인데...
게임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둘러싼 갈등이 업계와 정치권을 넘어 종교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7개 기독교 단체로 구성된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는 게임중독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조만간 게임중독법 처리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앞서 게임업계와 이용자 등은 게임중독법을 문화 말살정책으로 규정하며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특히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게임중독법을 가리켜 “겉으로는 육성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규제의 칼을 꺼내드는 꼰대적 발상”이라고 비하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중독법은 국가에 게임중독 치료 의무를 갖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은 게임을 도박·마약·알코올과 더불어 4대 중독유발물질로 규정한다. 게임중독도 다른 중독처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중독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치료시설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중독법 논란은 발의 취지와 다르게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마약 등 법안에 포함된 일부 단어가 업계와 이용자들의 혐오감을 불러일으켰고, 우후죽순처럼 쏟아진 게임 관련 법안들이 과잉규제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키웠다. 실제 올해 발의된 게임 관련 법안만 무려 9개에 달한다.
이에 대한 업계와 이용자들의 걱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게임을 마약·도박과 동일시할 경우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조장될 수 있고 둘째, 게임사 매출의 일정 부분을 국가가 강제로 징수할 경우 게임 산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일부 게임사는 해외 이전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현재 게임 커뮤니티 등에는 “게임중독법이 통과될 경우 게임사들은 매출의 6%를 국가에 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게임사들은 다 해외로 빠져나갈 거고, 국내 게임 산업은 망할 것”이란 괴담도 떠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우려하는 법안은 실체가 없다. 다시 설명하면 이들이 우려하는 법안은 게임중독법이 아니다. 올해 발의된 게임 관련 법안 가운데 게임중독법이라 지칭되는 법안은 신 의원의 중독법 하나뿐이지만, 일부에서 9개 법안 중 게임 산업을 규제하는 부분만 섞어 이를 게임중독법으로 호도하고 있다.
일례로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들 수 있다. 이 법안은 중독유발지수 측정·고지 등 동법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게임 사업자에 대해 여성가족부 장관이 게임사 매출액의 5% 이내, 또는 5억원 이내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손 의원의 법안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으나 학부모 단체, 게임 산업계 등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고, 미래창조과학부·문화체육관광부·교육부 등 관련부처와의 협의를 통한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소위원회에 회부됐다. 지적사항만 따지자면 사실상 사장이다.
반면, 신 의원이 발의한 게임중독법의 주된 내용은 보건소의 금연클리닉과 같은 기관을 설치해 중독자들을 관리·치료하는 것이다. 법안에 명시된 규제라고 해봐야 과도한 광고와 판촉을 제한하는 내용뿐이다. 이마저도 업계의 지적이 잇따르자 신 의원은 소위 심사 과정에서 해당 항목을 수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두 법안의 결정적인 차이는 소관 상임위다. 손 의원의 법안은 여가위에, 신 의원의 법안은 복지위에 각각 제출됐다. 결과적으로 게임중독법을 둘러싸고 나도는 “여가부가 게임정책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중소게임사는 다 죽을 것이다”, “게임 산업 규제가 더 강해질 것이다” 등의 소문은 모두 허위사실이다.
특히 게임중독법은 전병헌 의원이 게임 산업 등의 발전을 위해 발의한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과도 저촉되는 항목이 없다. 산업 진흥과 중독자 관리를 병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게임중독법은 산업이 아닌 정신병리학적 관점에서 발의된 법안인 만큼 여가부, 산업부 등과 이해관계가 없다. 신 의원은 정신과 의사 출신으로, 철저히 중독자 치료에 법안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같은 의사 출신인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지난해 대선공약으로 게임중독자에 대한 관리방안을 내걸었다.
게임에 진 중학생이 홧김에 아파트 주차장에 불을 지르고(2013.10.5 경남), 게임에 중독된 부부가 PC방에 다니느라 3개월 난 딸을 굶겨 죽이고(2009.9.24 경기), 역시 게임에 중독된 20대 여성이 PC방 화장실에서 출산한 뒤 아기를 봉지에 싸서 버리는(2012.3.25 서울) 등 게임중독의 폐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처럼 극단적인 행태로 나타나는 경우를 제하더라도 게임에 몰입돼 경제활동, 사회생활, 학업을 뒷전으로 넘기는 경우는 흔하다. 감지 않아 기른 진 머리, PC방 테이블의 컵라면 용기, 배달음식 용기, 재떨이에 수북한 담배꽁초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게임에만 몰두하는지 알 수 있다.
게임중독법이 게임 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아님에도 업계와 게임 이용자들이 걱정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방치해야 하는 걸까.
게임에 대한 규제를 반대하는 건지, 아니면 어떤 경우에도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 최소한 어떤 주장에 반대하려면 그 주장이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그 주장을 하는 것인지는 제대로 알고 반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언제부터 중독법이 규제법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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