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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화 미스터리’ 감독이 대회 규정도 몰랐다?


입력 2013.12.21 09:55 수정 2013.12.21 10:03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홈에서 열린 시게임 조별리그서 3위에 그쳐 탈락

“규정 숙지 못했다” 인터뷰 논란, 결국 경질 수모

미얀마 축구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박성화 감독. ⓒ 연합뉴스

미얀마 축구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박성화 감독(58)이 해임됐다.

박 감독이 이끈 미얀마는 홈에서 열리고 있는 동남아시안게임(South East Asian Game: 이하 시게임)에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자국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노렸던 미얀마는 B조에서 태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조 3위에 그쳤다. 2위 인도네시아와는 승점(7점)이 같았고 득실차에서는 앞섰다. 하지만 시게임에서는 승자승이 우선이었다.

미얀마는 인도네시아와의 마지막 경기(0-1패)에서 비기기만 했어도 4강에 올라갈 수 있었다. 2011년 12월부터 미얀마의 지휘봉을 잡으며 축구 한류를 전파하는데 앞장섰던 박성화 감독으로서는 마지막 경기에서 승점 1점, 한골이 운명을 바꾸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충격적인 반전이 알려졌다. 미얀마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박성화 감독이 인터뷰에서 "조별리그 성적이 동률일 경우, 골득실보다 승자승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사전에 몰랐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나라의 대표팀 감독이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최소한의 규정조차 숙지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에서도 미얀마는 주전 선수 일부를 제외하며 준결승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축구의 전도사를 자처하며 야심차게 출범했던 박성화 감독의 미안먀 드림은 결국 희대의 국가적 망신으로 귀결된 셈이다.

미안먀의 탈락이 확정된 이후 경기 결과에 충격을 받은 미안먀 팬들은 경기장에 난입해 각종 시설물을 부수고 불을 지르는 등 한바탕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축구협회는 성난 여론을 의식한 듯 대회가 끝난 직후 바로 박성화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문제는 박성화 감독의 어설픈 '소심축구'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온 경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박성화 감독은 대한민국 청소년과 올림픽대표팀 감독 시절에도 종종 어설픈 잠그기와 수비지향적인 전술로 승점을 벌어보려다가 도리어 가진 실력발휘도 제대로 못 해보고 제풀에 무너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2003년 세계청소년월드컵 당시 박성화 감독이 이끌던 청소년대표팀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미국에 먼저 2골을 내주고도 공격을 하지 않고 수비 위주로 일관했다. 당시 3골차 이상으로만 지지 않으면 와일드카드가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나온 선택이었다. 그나마 와일다카드로 어렵게 진출한 16강에서는 일본에 선취골을 얻고도 섣불리 잠그기에 돌입하다 결국 동점골을 내주며 연장전에서 역전패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때도 8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카메룬과의 첫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너무 일찍 수세로 전환하려다가 뼈아픈 동점골을 허용했고, 이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하며 8강진출이 좌절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강팀을 만나면 지레 겁을 먹고 고개를 숙이거나, 눈앞의 한골을 지키는 데만 연연했다. 이 같은 소심축구는 더 강한 상대를 만나거나 유리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무너지기 일쑤였다.

한때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엘리트 지도자였던 박성화 감독은 최근 중국 다롄 스더에서 조기 경질된 이후 미얀마에서도 또 다른 충격을 남기며 지도자 커리어의 초라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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