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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가가와 울고 싶다…조언 걷어찬 대가?


입력 2014.01.03 16:14 수정 2014.01.04 05:28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유리몸 한계 실감, 세계축구 흐름 따르지 못한 탓

히딩크-나카타, 일본축구 한계 지적 ‘변화 바람 없어’

가가와 신지의 유리몸 피지컬로는 EPL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축구는 팀 스포츠지만, 일대일 승부 또한 승패를 좌우하는 키포인트다.

거친 압박 속에서 볼을 지켜낼 수 있어야 연계패스나 슈팅을 시도할 수 있다. 영국서 활약하는 ‘옹골진 피지컬’ 태극전사들은 대부분 이 같은 플레이가 가능해 각광받을 수 잇었다. 선더랜드의 '키' 기성용(25)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일본의 간판스타 가가와 신지(25)는 거친 영국 무대서 한계를 내비쳤다. 볼 간수가 어렵다 보니 개인전술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년차 극심한 슬럼프가 찾아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가가와의 올 시즌 성적은 0골 0도움이다. 공격형 미드필더임에도 경기당 침투패스나 전진 드리블, 슈팅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자신에게 온 대부분의 패스를 리턴 패스하기 급급하다.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자신감 부족 배경엔 기량 미달이, 기량 미량 근저엔 ‘일본축구’가 있다.

일본축구는 여전히 일대일 싸움을 두려워한다. 일대일 싸움을 회피하는 이유는 아시아에서도 경쟁력을 잃은 '유리몸 피지컬' 때문이다. J리그 클럽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몸싸움에 열세를 보였다. 무른 피지컬 탓에 일본은 국제대회서 개인전술을 생략한 채 조직력으로 다투는 ‘반쪽 축구’를 구사해왔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지난 2006년 ‘스포츠닛폰’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일본축구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히딩크는 “일본은 축구의 3대 기본요소인 체력·정신력·개인기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직력'으로만 싸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시아 그룹서 체력과 정신력, 개인기량을 모두 갖춘 팀은 한국과 호주뿐"이라고 말했다.

히딩크의 지적은 정확하다. 문제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일본의 약점을 지적하는 이들이 드물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솔직한 나카타 히데토시가 현역시절 “일본도 개인기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일본 축구계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결국, 가가와 부진은 개인전술을 등한시한 일본축구 철학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가가와가 영국서 살아남으려면 일본 스타일을 버리고 영국축구에 순응해야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독자적으로 개인전술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개인전술 완성의 시작은 실패를 겁내지 않은 용기에서 비롯된다. 이청용, 손흥민 등이 본보기다. 이들은 가가와와 달리 일대일 싸움을 즐긴다. 드리블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공을 몰고 질주한다. 빼앗기면 체념할 시간조차 없이 악바리 근성으로 추격해 기어이 공을 되찾아 온다.

반면, 가가와는 공을 빼앗기면 섣불리 체념한다. 2일 맨유-토트넘(1-2패)전이 대표적 예다. 이날 가가와는 후반 20분 토트넘 에릭센의 결승골 원인의 도화선이 됐다. 맨유 공격 장면에서 가가와가 힐패스를 시도하다가 가로채기 당했고 곧바로 토트넘의 역습 결승골로 이어졌다. 가가와는 자신의 패스가 끊기자 팔을 벌려 아쉬움을 전했다.

그 상황에서 박지성이었다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상대팀 역습을 지연했을 것이다. 실제로 박지성은 지난 2010년 한일 평가전(2-0 승) 당시 나가토모에게 공을 빼앗기자 전력으로 '백코트'해 태클로 나가토모의 드리블 역습을 저지한 바 있다.

프리미어리그 각 팀 감독은 가가와를 상대할 때 “거칠게 다루라”고 주문한다. 단점이 만천하에 노출된 상황에서 가가와가 당장 할 일은 ‘같은 아시아 출신’ 태극전사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는 것뿐이다.

작지만 매운 태극전사의 고추정신을 가가와가 모방해야 한다. 상대의 어깨공격에 넘어지면 심판에게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지 말고 즉시 일어나 상대 선수와 싸워야 한다. 지난 2일 선더랜드-아스톤빌라전 의도적으로 거칠게 나온 아스톤빌라 선수들과 ‘몸의 대화’를 나눈 지동원, 기성용의 호전적 자세를 가가와도 배워야 한다.

살벌한 영국무대서 지레 겁먹고 움츠러들수록 가가와의 슬럼프는 길어진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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