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로코스터 '환율'…외환곳간 유지비용 '눈덩이'
외환보유 유지비, 기회비용 손실·통안증권 발행·급격한 환율 변동성
지난 12월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6개월째 사상최대치를 경신하면서 막대한 외환보유액에 대한 관리·유지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에 따른 외환의 기회비용 손실, 외환보유액 확충으로 인한 통안증권의 발행, 최근 커진 환율변동성 등의 요인으로 외환보유액이 늘어날수록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날수 밖에 없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지난해 12월말 외환보유액'을 보면, 우리나라 12월말 외환보유액은 3464억6000만 달러로 11월말 대비 14억5000만 달러가 증가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액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은 유가증권과 예치금으로 구성돼 있다. 2012년 기준 한국은행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유가증권과 예치금의 구성 비율은 정부채 38%, 정부기관채 21.5%, 회사채 12.9%, 자산유동화채 17.1%, 주식 5.7%, 예치금 4.8%였다.
쉽게 말해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해 수익성을 포기하고 안정적인 외환 창고를 관리·운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수익성이 높은 다른 상품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을 되레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외환보유액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이같은 기회비용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한은의 외환보유고 구성비율을 보면 대부분 채권에 넣고 운용하고 있는데 이는 고수익을 포기하고 안정적인 외환 운용을 하겠다는 의미"라면서 "이렇게 되면 외환운용은 안정적으로 이뤄지지만 고수익 투자를 포기하면서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서 연구위원은 "한은은 기본적으로 외환의 가치를 물가상승률 정도로 보존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환보유액은 유사시 완충자본이기 때문에 국부를 늘리기 위해 고위험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리가 낮은 외국 채권을 보유해 외환을 확보한 한은이 이보다 높은 금리의 통안증권을 발행하면서 생기는 금리차이로 인해 손실도 발생한다.
한은이 외환보유액을 불리면 원화를 시중에 풀어 통화량을 증가하는데, 한은이 이렇게 증가한 통화를 흡수하기 위해 발행하는 통안증권 비용도 외환보유액 관리·유지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송경희 우리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대개 외환보유액을 확충할 때 투자수익률이 낮은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는데 통화안정증권은 외채보다 금리가 높은 경우가 많아 이에 따른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심해진 환율변동성도 외환보유고를 지키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으로 볼 수 있다. 환율변동성을 잡기위해 외환당국이 달러를 사들여 원고(高)를 막는데, 최근 환율 변동이 심한 상황에서 이같은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한편에선 외환보유액이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한은과 전문가들은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이 부족한 수준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서정훈 연구위원은 "시장에선 현 외환보유 수준을 적정하다고 보고있다"면서 "수출 흑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금융경색 위험도도 낮기 때문에 우리나라 입장에선 현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경희 책임연구원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높은 수준이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따져봤을 때 과도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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