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이충희-이승준 ‘멍들어 가는 동부 팬심'
이승준, 가는 팀마다 성적 수직 추락 ‘징크스’
이충희, 5년 만에 복귀해 ‘오리온스 참사’ 재현
이보다 더 꼬일 수 있을까.
전통의 강호 원주 동부의 몰락과 함께 더욱 주목받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동부의 사령탑 이충희 감독과 간판 이승준(36)이다. 안 풀리는 두 사제의 꼬인 행보가 농구 팬들을 안타깝게 한다.
귀화혼혈 선수인 이승준은 장신에 출중한 운동능력을 앞세운 고공플레이, 연예인 뺨치는 수려한 외모로 데뷔 때부터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강등 청부사'라는 웃지 못 할 별명이 따라다닌다.
대체 외국인 선수 신분으로 첫 한국무대 경력을 시작한 울산 모비스에서부터 서울 삼성, 원주 동부에 이르기까지 그가 거치는 팀은 항상 우승권의 강팀에서 동네북으로 수직추락한다는 기묘한 징크스를 겪었다.
이승준이 입단할 당시 모비스는 전 시즌 챔피언 팀이었고, 삼성과 동부는 준우승 팀이었다. 다만, 모비스는 주축 선수들의 군입대와 이적으로 리빌딩에 돌입하며 이미 이승준이 입단하기 전부터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삼성과 동부는 모두 이승준 영입 이후 급격히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삼성은 이승준을 영입한 첫 두 시즌 간 6강 턱걸이에 그쳤고, 마지막 시즌에는 창단 최악의 성적으로 꼴찌로 추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2011-12시즌 정규리그 최다승을 기록한 동부는 윤호영의 군입대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이승준에 기대를 걸었지만, 지난해 플레이오프 탈락에 이어 올해도 9승 25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단독 꼴찌를 달리고 있다. 이쯤 되면 이승준이 가는 팀마다 마가 쓰였다고 할만하다.
탁월한 신체조건과 공격력을 겸비해 국가대표팀에서도 중용되던 이승준이 유독 KBL에서 안 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이승준의 부족한 수비와 농구센스를 지적한다. 수비전술이 고도로 발달돼 있고 철저한 조직력에 이은 약속된 움직임을 강조하는 한국프로농구(KBL)에서 이승준의 수비 이해도와 전술 소화능력은 평균 이하다. '혼자 20점을 넣어도 30점을 내주는 선수'라는 혹평을 듣는 이유다.
하지만 이승준이 가는 팀마다 안 풀리는 이유를 모두 이승준의 탓만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애당초 장단점이 뚜렷하게 드러난 선수의 활용법을 찾지 못하는 감독들의 지도력에도 원인이 있다. 삼성에는 김상준 감독이 있었고 동부에서는 이충희 감독을 만난 게 이승준에게는 불행인지 모른다.
불명예 기록 제조 면에선 이충희 감독이 이승준보다 위다. 현역 시절 당대 최고의 슈터로 명성을 떨친 것과 달리, 지도자로서 이충희 감독은 KBL 역사에 남을 오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충희 감독은 1998년 LG 시절 정규리그 준우승과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며 잠시 주목받았으나 이후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07-08시즌 오리온스에서는 26경기에서 11연패 포함 4승 22패(승률 0.154)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기고 7개월 만에 경질됐다.
5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동부에서도 이충희 감독은 부임 반 년 만에 구단 역사상 최다연패(12연패) 기록을 작성했다. 동부는 현재도 7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독 꼴찌를 달리고 있는 동부는 이대로라면 김주성이 입단한 2002년 이래 최악의 성적을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오리온스 시절엔 주전들의 부상이라는 악재와 불운으로 동정론을 얻기도 했지만, 동부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이충희 감독의 위기관리 능력과 전술 부재가 또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 이승준에게는 2011년 삼성에서의 악몽이, 이충희 감독에게는 2007년 오리온스에서의 데자뷰가 떠오르는 하루하루다. 동부 팬들의 가슴은 매일같이 멍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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