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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병동’ KGC 딜레마…미래와 현재 사이


입력 2014.01.30 00:21 수정 2014.01.29 22:28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부상 달고 사는 선수들, 세심한 체력 안배 평가할 만

문제는 경기력, 주전 빠진 뒤 다 잡은 경기 놓쳐

이상범 감독은 부진한 팀 성적으로 마음고생을 겪으면서도 선수들을 최대한 감싸고 있다. ⓒ 연합뉴스

KGC 인삼공사 이상범 감독은 팬들 사이에서 '보살'로 불린다.

승패를 초월한 듯한 모습으로 벤치에서 묵묵히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을 빗댄 표현이다.

여기에는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공존한다. 좋게 말하면 눈앞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는 반면, 한편으로 팀이 계속 패배를 '적립'하며 무너져가고 있는데도 이렇다 할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의미도 깔려있다.

올 시즌 우승후보로까지 분류됐던 KGC는 13승 26패(승률 0.333)의 초라한 성적으로 9위에 처져있다. 2011-12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2012-13시즌 4강에 올랐던 KGC로서는 충격적인 성적표다.

KGC의 가장 큰 적은 부상이다. 우승 주역인 오세근-김태술-양희종이 지난 시즌부터 번갈아가며 부상에 허덕이고 있다. 심지어 이들의 자리를 메워야 할 벤치멤버들까지도 부상에 시달리다보니 좀처럼 정상적인 전력을 꾸리기가 쉽지 않다.

KGC의 마지막 희망은 주전들이 하나둘씩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29일부터 상무서 제대하는 박찬희까지 가세하면 5라운드부터는 충분히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버티고 있다.

이상범 감독은 부진한 팀 성적으로 마음고생을 겪으면서도 선수들을 최대한 감싸고 있다. 팀 사정상 아직 부상을 달고 뛰는 선수들도 있지만 최대한 출전시간을 안배하려고 노력한다.

올 시즌 팀 성적만이 아니라 내년 이후와 선수들의 미래까지 내다본 결단이다. 성적에 따라 파리 목숨이 감독들인 세계에서 눈앞의 승리를 위해 선수들을 혹사시키는 일부 지도자들에 비하면 이상범 감독의 용기는 분명히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러한 명분도 납득할만한 최소한의 근거를 보여줄 때만 설득력을 지닌다. 팬들의 인내심에도 KGC의 성적은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23일 울산 모비스와의 원정경기는 올 시즌 KGC의 딜레마를 또 극명하게 보여줬다. KGC는 이날 선두권의 모비스를 상대로 1쿼터에만 15점을 몰아넣는 양희종의 슛 폭발에 힘입어 27-10으로 여유 있게 앞섰다.

하지만 체력안배 차 주전들을 벤치로 불러들인 뒤 급격하게 무너졌다. 20점에 가까운 리드를 다 잃고 경기흐름이 팽팽하게 변했다. 이후에도 주전들이 투입돼 경기균형을 어느 정도 맞춰놓으면 벤치멤버들이 투입, 공수가 모두 무너지는 롤러코스터 행보가 반복됐다. 결국, KGC는 고비를 넘지 못하고 61-65로 패했다.

출전시간 관리는 어느 정도 잘됐다. 31분을 소화한 김태술을 제외하고 30분을 넘긴 선수가 한명도 없었다. 그러나 경기력은 선수들마다 편차가 극심했다. 양희종이 28점을 넣었으나 나머지 선수들은 두 자릿수 득점을 넘긴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숀 에반스가 8점에 그쳤고, 또 다른 외국인 선수인 웬델 맥키네스는 '수비 구멍'임을 드러내며 역전패를 빌미를 제공했다. 김태술(3도움)은 가장 오랜 시간을 활약하고도 무득점에 그쳤다. 슛 7개를 던졌지만 모두 림을 벗어났다.

이상범 감독의 항변대로 KGC는 현재 주전들이 40분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런 식으로 무리하게 1승을 추가하려다 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잡을 수 있는 경기마저 이렇게 허무하게 놓치는 것은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문제는 올 시즌 들어 이런 경기가 너무 잦다는 점이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도 느슨한 경기 운영과 소극적인 용병술로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25일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홈경기에서 73-65로 승리하며 2연패 수렁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올 시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도 다시 연패로 무너져 내리는 롤러코스터 행보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KGC 주전과 벤치의 기량차이가 크다는 게 하루 이틀의 문제도 아니지만, 벤치자원들을 투입해야하는 시점에서 그에 맞는 맞춤형 전략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벤치멤버들은 그저 주전의 휴식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확실한 역할이 있어야 한다. 벤치 역시 주전들의 출전시간만 수치적으로 관리해주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사실 승패에 그리 연연하지 않는다면 김태술, 양희종, 오세근은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는 게 최선의 선수 보호다. 그러나 어차피 20~30분 이상 주전은 주전대로 투입하면서 정작 경기는 경기대로 이기지 못한다면 선수들도 맥이 빠지고 자신감을 잃는다. 이런 상황에서 박찬희가 돌아온다고 5~6라운드에서 급격한 반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과연 올 시즌 KGC의 진정한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히 정해야 할 순간이다. 마지막까지 6강 플레이오프를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인지, 아니면 주전들을 무리시키지 않고 다음 시즌 이후를 대비한 팀 개편을 준비할 것인지, 확실한 방향과 운용의 묘가 필요한 순간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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