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유출' 금융권 후폭풍…규제 강화될까 '노심초사'
"고객정보 활용 규제 강해지니 눈가리고 영업해야 하는 상황"
최근 사상초유의 정보유출 대란으로 금융당국의 금융권 '조이기'가 올해 금융권 최대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악화된 금융권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금융사들의 고객정보 활용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카드사에서 대량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후 금융권의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하면서 업계에서는 '빅 브라더스'의 강도높은 규제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고객 정보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각 금융사의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와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의 겸직을 금지하는 행정지도와 관련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고객정보 보호·보안 전담 책임자를 두고 고객정보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조치다.
최근 카드사의 정보유출 대란으로 관련 작업이 늦어지고 있어 카드사태가 마무리돼야 CIO, CISO의 겸직을 금지하는 행정지도와 법 개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사들은 당국의 CIO·CISO 겸직금지를 금융업 규제의 일환으로 본다. CISO는 고객 정보보호라는 '보안'업무이고, CIO는 고객정보 관리라는 '정보 활용'의 성향이 크다. 때문에 CISO가 독립된 형태로 CIO와 양립하게 되면 정보 활용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고객정보의 활용도가 떨어지면 마케팅·영업 역량 등의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금융권의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고객정보 유출이라는 사상초유의 사건으로 2014년 금융권 최대 리스크는 '규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면서 "저성장 상황에서 영업 능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데 고객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려워지는 등 규제가 강화되면 금융사의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위의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포함된 '빅데이터 활용'과 지주사간 고객정보 공유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의 시행 여부도 관심사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통해 고객의 포괄동의가 있는 경우 금융지주사 내 은행PB와 증권PB간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올해 상반기 중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주사 내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 고객정보를 보려면 책임자에게 건건이 승인을 받아야 하는 관행이 있다. 정보 활용의 효율성이 낮다는 차원에서 개선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는 것이었다"면서 "이같은 정보 활용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아직 관련 내용을 검토 중"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사·신용정보사에 축적된 정보를 집중·융합하여 새로운 정보를 발굴할 수 있도록 하는 '빅데이터 활용' 촉진방안이 차질을 빚을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성이 저하되는 금융권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업계의 흐름이었다"면서 "금융사마다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활용하려 했지만 이번 정보 유출 사건으로 이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관련 법안을 만들려고 했지만 사상초유의 정보유출 사태가 벌어지는 바람에 관련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백지화할 예정은 없지만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보유출사건 이후 이미 은행권에서는 고객정보 활용에 대해 자체적인 통제에 나서고 있다. 때문에 마케팅·영업 역량의 약화를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직원 PC에 고객정보를 저장하지 못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며 USB를 이용해 고객정보를 열람하기 위해선 중앙의 통제 아래 이뤄질 수 있도록 정보보호본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한은행도 USB에 고객정보를 저장하려면 중앙의 통제아래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고객정보를 PC에 저장하지 못하도록 했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고객정보를 장기 보관할 경우 3개월 정도의 승인시점을 가지고 부서장이 승인하도록 정보활용 절차를 까다롭게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내부적으로 고객정보 활용 규제가 강화되다보니 향후 마케팅이나 영업활동에 제약이 많이 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객정보 활용이 어려워지니 눈가리고 영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