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상품 경각심 높이려다 초가삼간 태울라
위험등급별 투자설명서 색상차등화·판매실명제 등 아이디어 '봇물'…"실효성 의문"
최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가 동양사태 이후에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투자자들에게 미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지나친 '경각심 부추기'는 가뜩이나 꽁꽁 얼어붙어 있는 투자심리 위축이 가중될 뿐 아니라 자본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원흉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 내부에서는 금융투자상품의 부작용을 투자자들에게 미리 알리는 차원의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제적으로 금감원이 아이디어를 내놓고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가 함께 논의해서 증권사에 공지를 해야하지만 현재 의견 모으기 조차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투자상품의 부작용을 사전에 미리 인지할 수 있는 방안들을 내놓으라는 지시가 내려지면서 내부적으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위험등급별 투자설명서의 색상 차등화, 판매실명제, 투자위험제도 등을 만들자는 여러가지 안건이 제시된 상황이지만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고 투자자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게다가 이중 일부 안건은 증권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아이디어로 제시된 것 중에는 투자 위험도를 등급별로 표시하기 위해 색깔을 차등화하는 방식이 제기됐는데 이를테면 통장 겉표지 색깔 자체에 '경고'를 의미하는 빨간색을 입혀 적색통장이 투자자들에게 위험하다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는 종합계좌형식인데 상품별로 '위험도' 등급을 차등화하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라며 "투자자들에게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경각심을 세운다는 발상 자체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러한 방안들이 자칫 금융투자상품 자체에 대한 투자자의 의지를 꺾을 뿐 아니라 선입견을 형성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의 장점위주 설명 관행 부분이 고쳐지고 동시에 고객들의 금융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여전히 많은 일반투자자들은 판매직원의 권유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투자결정이 판매직원에 의해 이뤄졌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불완전판매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금융회사가 계열사 상품을 팔때 투기 등급이 좋지 않은 회사들의 상품을 제한하는 방법 등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금감원과 금투협이 공동으로 개최한 '금융투자상품 완전판매방안' 세미나에서는 다양한 불완전판매 대책 등이 나왔다.
이때 나온 개선방안에는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한후 사후 확인절차를 의무화한다던지 녹취자료의 제공의무 명확화와 범위 확대, 금융투자회사의 자체 감사조직을 통한 상시점검 강화, 금융투자상품 판매 실명제 시행, 투자위험 지도를 통한 설명 강화, 투자위험성 고지 강화, 투자자의 자필 확인 의무화 등 다수의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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