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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비자카드간 수수료 싸움…멍들어 가는 카드시장


입력 2014.02.11 18:18 수정 2014.02.12 00:22        윤정선 기자

중국인, 한국서 은련비자카드로 결제해도 비자 망 이용 안 해

2년이 넘게 중국인이 한국에서 사용하는 은련카드의 결제 시스템을 두고 국제 브랜드 카드사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기형적인 결제시스템이 도화선이 돼 비자카드와 비씨카드간 수수료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한국시장을 점령하면서 매출은 껑충 뛰었지만 두 카드사 간 밥그릇 싸움이 미·중 국가간 다툼으로 비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씀씀이도 커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은련카드 기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기간(1월31일~2월9일)에 올린 매출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25% 증가했다. 3년 연속 세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요우커는 평균적으로 한번에 대량 구매하는 소비성향 때문에 현금보다 카드 결제가 대부분이다. 이들 요우커들이 사용하는 카드는 십중팔구 은련카드다. 은련카드는 중국 내 99%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비씨카드는 국내에서 중국인의 은련카드 사용액을 매입하는데 댓가로 일정금액의 수수료 받고 이를 은련카드의 네트워크망 사용해 중국으로 보낸다.

은련 비자카드는 중국이 아닌 해외에서 발생한 결제는 비자 네트워크 망을 이용하는 카드다. 반면 비씨카드는 은련비자카드의 경우에도 비자 망을 이용하지 않고 은련 망을 이용한다.

일례로 중국인이 일본에서 은련비자카드를 이용하면 이를 매입한 일본 카드사는 비자넷(Visanet)을 사용하고 수수료도 비자카드에 지급한다.

유독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만 은련비자카드 결제에 대해서 비자 망을 이용하지 않고 은련 망을 이용하면서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중국 카드 이용자 입장에선 비자 망보다 은련 망을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비자 망을 이용할 경우 결제금액의 1% 정도를 비자카드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은련 망을 이용하면 수수료가 따로 붙지 않는다. 중국인 관광객은 자국에서 카드를 사용하는 것처럼 추가로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반대로 국내 은련카드 제휴 카드 이용자가 중국에서 결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비씨카드가 은련 비자카드 거래에서 비자 망이 아닌 은련 망을 이용하는 이유는 수수료에 있다.

이 때문에 비자카드가 비씨카드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비자카드 관계자는 "엄밀히 말하면 이 문제는 중국 은련카드와 비자카드의 문제다"면서 "비씨카드는 중국인이 한국에서 은련비자카드로 결제하면 은련 망이 아닌 비자 망을 태워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그는 "이런 경우는 한국이 전 세계 유일무이다"면서 "비씨카드는 규정도 제대로 안 지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자카드 관계자는 "망을 선택하는 건 카드사가 아닌 이용자"라면서 "카드를 발급받을 때 이용자는 비자나 마스터, 아멕스 등 국제브랜드 카드를 스스로 선택한다"고 강변했다.

비씨카드는 지난 2011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비자카드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로 신고했다. 신고 이후 지금까지 2년7개월이 넘었으나 공정위원회는 외국사업자라는 이유로 결론을 미루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비씨카드가 규정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비자카드가 독점적 사업지위를 이용해 망을 선택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는 비씨카드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비씨카드가 은련카드와 거리를 잘 유지하고, 비자카드 규정도 준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은련카드는 점유율이 비자카드보다 떨어져 국내 결제금액에 대해 수수료(0.04%)를 받지 않아 카드사 수익에는 좋다"면서도 "하지만 나중에 은련카드 점유율이 높아지면 비자카드처럼 국내 결제금액에 대해 수수료를 내놓으라고 할 수 있어 비씨카드가 은련카드를 맹신하면 안 되는 이유"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이 국내 결제금액에 국제 브랜드 카드사가 수수료를 걷어가는 것을 두고 '국부유출'이라며 잘못된 것처럼 몰아간다"면서 "하지만 이는 한국에만 해당하는 게 아닌 전 세계 공통된 사항"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내규상 분쟁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선 어떠한 말도 답변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가운데 카드업계에선 공정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염두에 두고 비씨카드 손을 들어주기 어렵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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