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네 식구들' 합리적 결말이란 뭘까?
막장 논란 속 최종회까지 예상 뒤엎는 전개
뻔한 결말과 현실 반영 결말 두고 갑론을박
도대체 합리적이라는 단어의 뜻은 무엇일까. 만약 이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KBS 주말연속극 '왕가네 식구들'(연출 진형욱. 극본 문영남)의 결말을 미리 예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왕가네 식구들'은 여느 주말연속극과 달리 마지막회까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대부분의 일일드라마와 주말연속극은 중반부 이후 어느 정도 결말이 예상된다. 작가와 PD가 어떤 방식으로 결말을 풀어 갈 지는 확실치 않더라도 결말은 대략 예상이 가능하다는 것.
예를 들어 핍박 받고 있는 여주인공이 언젠가 성공할 것이며 이에 따라 악역은 몰락할 것이다. 또한 탄생의 비밀이 풀릴 것이며 악역의 선한 가면도 벗겨질 것이다.
그렇지만 '왕가네 식구들'은 이런 구도가 다소 복잡하다. 드라마 초중반부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결말이 그려졌다. 처가살이를 하며 장모와 부인에게 무시를 당하며 사는 고민중(조성하 분)이 언젠가 다시 성공할 것이며 첫사랑 오순정(김희정 분)과 재혼하는 방향이 예상됐던 것. 당시 상황에서도 고민중의 부인 왕수박(오현경 분)이 몰락하고 지난날을 후회할 것임이 예상되긴 했지만 재결합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지만 장모 이앙금(김해숙 분)과 고민중의 관계가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드라마가 복잡해졌다. 더 이상 이앙금이 악역이 아닌 상황이라 악역의 몰락으로 드라마가 마무리될 순 없는 상황이 된 것. 고민중의 경우 부인과의 관계가 끝날 지라도 장인 왕봉(장용 분) 장모 이앙금과의 관계로 인해 재결합을 선택할 수도 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종영까지 단 2회를 남겨둔 상황에서 '왕가네 식구들'의 결말은 과연 고민중이 누구를 선택하느냐다. 그의 캐릭터 이름처럼 고민중은 현재 왕수박과 오순정을 두고 고민 중이다.
잠시 스포일러가 나돌기도 했다. 오순정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것이 막판 반전의 키워드라는 것. 오순정의 사망은 고민중의 고민이 끝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참으로 손쉽고 막장스러운 결말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제작진은 실제 드라마의 결말이 아니라며 오순정 사망설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대신 “모두에게 납득이 가는 결말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마지막회까지 촬영을 마친 고민중 역할의 조성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합리적이고 적절하다” “작가님이 굉장히 잘 푸셨다” “결말은 다 수긍할 수 있을 것” 등의 표현으로 결말을 언급했다.
또한 '왕가네 식구들'의 문보현 책임프로듀서(CP) 역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결말로 황당한 결말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체적으로 볼 때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말’이라는 뜻으로 보이는 데, 사실 이런 표현이 더욱 결말을 궁금하게 만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힌트도 몇 가지 유출됐다. 우선 대본을 집필하는 문영남 작가가 마지막 대본 끝에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말을 남겼다. ‘헤어진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는 뜻인데 고민중 입장에선 오순정과 왕수박이 모두 헤어진 사람에 해당돼 누굴 선택하는 지에 대해선 힌트가 되기 어렵다. 게다가 ‘거자필반’은 드라마 종영으로 헤어지는 스태프와 배우들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로 알려지면서 드라마 결말과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지막 촬영 이후 인증샷들도 일종의 힌트다. 특히 왕수박 역할의 배우 오현경이 마지막 촬영 대본 인증샷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조성하와 함께 촬영한 사진도 있다. 만약 드라마 전체의 마지막 장면이었고 거기에 고민중과 왕수박이 함께 있다면 이는 재결합을 강하게 의미하는 사진일 수 있다. 그렇지만 단순히 오현경과 조성하이 함께 나오는 마지막 촬영이라면 의미가 달라진다. 마지막 회에서 끝내 헤어지는 장면일 수도 있고 재결합하는 장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왕가네 식구들’에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들의 갈등은 대부분 해소됐다. 이앙금이 드디어 둘째 딸 왕호박(이태란 분)의 진심에 마음을 열었으며 셋째 딸 왕광박(이윤지 분)과 시아버지 최대세(이병준 분)의 관계도 비로소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왕광박과 시어머니 오만정(이상숙 분)의 관계 역시 해피엔딩을 향한 국면으로 변화했다.
‘왕가네 식구들’은 기본적으로 가족 드라마다. 가족이 다양한 갈등을 겼으면서도 서로 화합하고 이해하며 지내는 모습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출연 인물들 역시 갈등을 봉합하고 가족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다시 화합하면서 드라마의 종영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고민중의 선택은 왕수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드라마 제목 자체가 ‘왕가네 식구들’인 만큼 본래 맏사위였던 고민중이 다시 왕가네 식구들의 일원이 되는 것이 일반적인 가족 드라마의 결말에 가깝기도 하다. 따라서 가족드라마를 표방한 연속극의 일반적인 결말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결말은 고민중이 왕수박과 재결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고민중 입장에서의 ‘합리적인 결말’은 오순정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입장도 있다. 드라마 내내 오순정은 선한 역이었고 왕수박은 악한 역이었다. 물론 이는 고민중을 기준으로 한 구분이다. 끊임없이 고민중을 위해 헌신한 오순정과 달라 왕수박은 사업이 망한 남편을 무시했으며 아픈 시아버지도 챙기지 않았다. 게다가 불륜에 휘말려 거액을 사기 당하기도 했다. 따라서 고민중의 입장에선 왕수박보다는 오순정을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결말일 수 있다.
다른 캐릭터의 결말에 미뤄 생각하면 ‘왕가네 식구들’의 결말은 고민중과 왕수박의 재결합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허세달과 왕호박의 재결합 역시 가족이라는 큰 틀에서 합리적인 결론이었다. 만약 왕호박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합리적인 판단은 이혼이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왕호박과 고민중의 고민이 서로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은 왕호박과 달리 고민중에겐 오순정이 있다는 점이다.
문영남 작가가 지난 92년에 데뷔한 뒤 수십 편의 인기 드라마를 집필한 거장으로 가족 드라마를 많이 집필했건 기존 성향을 놓고 볼 때 결말은 가족의 가치에 무게감을 두는 왕수박과의 재결합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문 작가는 이번 드라마에서 사위의 처가살이 등을 통해 장모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요즘 시대의 가족상을 그리며 기존 드라마의 가족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드라마에 담아냈다. 따라서 문 작가는 고민중이 왕가네 식구들을 떠나는 방향으로 이번 드라마의 결말을 내놓은 가능성도 크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마지막 회까지 결말을 감쪽같이 숨겨 놓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상상을 초월하는 막판 반전이 등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지만 연속극 형태로 진행되는 일일드라마나 주말연속극에서 마지막 회까지 결말이 화제를 불러 모은 경우는 매우 드물다. 20회와 50회 이상이라는 드라마의 편수에 따른 호흡의 차이가 있고 10~30대과 40대 이상으로 구분되는 시청자 층의 차이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왕가네 식구들’은 가족 드라마를 내세운 연속극치고는 매우 이례적인 결말로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을 유발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막장 요소도 많았다. 왕수박의 불륜 행각, 지나친 장모 이앙금의 사위 처가살이, 허세달의 허세에 가득 찬 불륜 행각, 상상을 초월하는 시어머니 오만정의 엽기 행각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문 작가는 연속극 본연의 막장 코드에 장모 등 처가의 파워가 급성장한 요즘 세태를 적절히 반영했으며 결말을 두고 마지막 회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등 연속극의 새로운 면모를 선보였다는 측면에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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