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등 차출론 부상에 새누리당 골머리 "수동적 3자구도 전략은 필패"
새누리당이 인천시장 선거 필승카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있는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과 ‘한판’승부를 벌일 당 선수로는 예비후보등록을 한 이학재 의원, 안상수 전 시장을 비롯, 박상은 의원, 유정복 장관, 황우여 대표 등이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선뜻 손에 잡히는 카드가 없다는 지적이다.
우선, 눈에 띄는 인물은 유정복 장관이다. 최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결과 유 장관(46.3%)이 송 시장(42.4%)과의 가상대결에서 4%P 가까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 장관의 차출론이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유정복 카드’는 사실상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청와대에서 개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가운데, 최근에 발생한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및 폭설피해로 인한 사고수습에 안정행정부의 책임이 막중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행부의 수장이 선거에 나간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유 장관도 이와 관련, “안행부의 수장과 부책임자가 잿밥에만 몰두하는 건 국민으로부터 개탄을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선을 그었다.
‘중진차출론’으로 거론된 ‘황우여 카드’도 반신반의다. “내심 차기 국회의장직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황 대표가 당에서 나오라고 한다고 해서 선뜻 나오겠느냐. 황 대표가 괜히 ‘어당팔(어수룩해 보여도 당수(唐手·정치력)가 8단)’로 불리는 게 아니다”라며 “막판에 정치력을 발휘해 인천시장에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정치권의 관계자는 말했다.
이학재 의원과 안상수 전 시장이 전력을 다해 뛰고 있지만, 송영길 시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소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이 당으로서는 고민이다. 최근 ‘기호일보’ 여론조사에서 송 시장이 안 전 시장과 이 의원을 8.1∼11.5%P로 앞섰고, ‘한겨레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송 시장이 안 전 시장과 이 의원을 17%P, 21.3%P로 앞서고 있다.
이와 관련, 이학재 의원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정치공학적인 것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진 차출론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고 인천시 발전만을 바라보고 뛰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도 선거과정에서 말이 많았지만, 국민만 보고 한발 한발 나아가지 않았느냐”며 “박 대통령이 국민만을 바라보고 나아가 국민의 마음을 얻었듯, 저도 시민과 시의 발전을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갈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인천 민생은 으뜸 선언’ 캠페인 전개를 통한 인천시민과의 소통행보에 돌입하는 등 필승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다만, 안 전 시장의 경우 인천시장 재임 당시 여러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의 발생한 ‘시의 부채’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안갯속’ 전략도 전략이다.”...“3자구도만 믿으면 ‘필패’”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 3선 의원은 “‘안갯속 전략’도 전략이다”이라며 “선거를 모르는 사람은 상대 쪽에서 후보가 결정됐으니 우리도 빨리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모르는 소리다. 오히려 상대후보를 모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전략을 짜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바심 드러내면 이미 진 것이나 다름없다”고도 했다.
그는 2006년 서울시장 경선 당시 맹형규·홍준표·오세훈 후보의 컨벤션 효과(경선 이벤트로 인한 흥행 후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상)를 거론, “마지막까지 상대를 흔들다가 경선을 통한 컨벤션 효과를 노리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당에서 일방적으로 후보를 대입해 흘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이길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에도 중진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선거도 하기 치르기 전에 ‘판을 접겠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전체 의견이라기 보다 후보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를 반증하는 셈이다.
새누리당은 내심 ‘3자구도’에 희망을 걸고 있다. 새누리당-민주당-안철수 의원측 새정치연합 3자구도로 전개될 경우 야권성향의 표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으로 갈리기 때문에 새누리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결국은 구도싸움이 관건”이라며 “기본적으로 3자구도가 되면 ‘누가’나가도 된다. 새누리당은 기본적인 당 지지율이 있기 때문에 후보의 인지도는 선거운동 기간에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선거구도가 3자구도로 전개될 지 여부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새정치연합은 17개 시도지역에서 모두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야권의 승리를 위해서 ‘연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3자구도’라는 수동적인 전략을 고수한다면 승리는 점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선거의 경우 정부를 심판하고 견제하는 심리가 발동하는데, 이 같은 현상들이 30~40대의 야권성향의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모으는 경향이 짙다는 지적이다.
그는 “‘역대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이긴 경우는 없었다’는 사실은 시사점이 크다”며 “경선을 통한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두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송영길 시장의 재선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새정치연합에서는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 장관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