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때문에" 포스코·현대제철 수익성 '빨간불'
톤당 8만~9만원 인하 예정...현대제철 올 2800억원 이익 감소 전망
현대기아자동차가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에 자동차용 강판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서 관련 철강사들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가격 하락 등으로 국산 구매가격과 국제 구매가격의 차이가 커졌다는 것이 인하 요구의 명분이다. 특히 현대기아차 납품 비중이 높은 현대제철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최근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국내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톤당 8만~9만원(7.5%~8.5%) 인하 요청했다.
예상대로 내수 자동차강판 가격이 인하된다면 현대제철은 연간 500만톤의 자동차 강판 판매에서 수출 150만톤을 제외한 350만톤이 영향을 받을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만약 톤당 8만원이 인하된다면 영업이익은 분기 700억원, 연간으로는 2800억원의 이익 기회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국제 시세가 내리는 추세이고 국제 구매가격과 국내 구매가격의 차이가 커서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현대기아차 물량이 연간 약 100만톤이며 그중 내수가 약 80만톤으로 톤당 8만원이 인하된다면 분기 160억원, 연간 640억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 영향으로 최근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현대제철의 주가는 지난달 24일 7만7600원에서 지난 3일 6만7700원으로 12.7% 급락했다. 포스코 주가 역시 같은 기간 28만8500원에서 27만6500원으로 4.1% 하락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분을 흡수합병하기도 했다. 특히 현재 현대제철로서는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제철의 부채는 지난해말 기준 1조9130억원에 달한다.
현대제철은 올해 투자비 감소와 적극적인 영업활동 등을 통해 4000억~5000억원의 차입금을 줄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에서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인하 요구하면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된 것.
전승훈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가격 인하가 현실화 될 경우 현대제철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며 "현대제철의 연간 철강 판매량 중 24.0%가 현대차그룹향 자동차용 강판 판매량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포스코는 최근 수년간 현대기아차 납품량이 크게 줄어든 상태라 이번 가격인하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동차용 강판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 가격인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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