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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법 논란' 노인들을 위한 대한민국은 없다


입력 2014.04.03 14:00 수정 2014.04.03 14:02        이상휘 선임기자

<칼럼>늙는 것도 서러운데 연금 몇푼으로 실랑이를 벌이다니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2월 27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민주당을 비판하며 기초연금법 처리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늙는 것도 서럽다.”

어르신들의 말씀이다. 뭐든지 섭섭하게 보인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면 말이다.

이 때문에 어른에 대한 공경은 조심스럽다. 살펴보고, 챙겨드리는 게 미덕이다. 오랫동안 그래왔다. 유교적 전통에서다. 어른공경의 전통적 사상이 몸속에 배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많이 달라졌다. 사회가 발달하면서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여유가 없다. 당연히 어르신들에 대한 공경도 뒷전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받을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팍팍해진 사회 탓이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쓸쓸하게 세상을 버리는 뉴스는 심심치 않게 들린다. 갈 곳이 없고 먹을 것이 없는 분들이 거리를 배회하는 것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산 때문에 자식에게 모진 일을 당하거나 천덕꾸러기로 거리에 버림받는 일도 많다.

사회는 그때마다 짧은 뉴스로 전하는 게 전부다. 분개하지만 금방 잊힌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어르신들은 배고프고 외롭다. 물론, 돈 많은 어르신들은 예외지만 말이다.

옛날 중국에 이런 설화가 있다. 한때 나이가 많은 노인들을 수레에 실어 버리는 시절이 있었다. 어느 집에서 손자에게 할아버지를 버리도록 시켰다. 손자는 수레에 할아버지를 싣고 산 속으로 갔다. 수레도 버리고, 싣고 온 할아버지도 버려야 한다.

그런데, 손자는 할아버지를 버린 빈 수레를 끌고 내려왔다. 그 아버지가 물었다.

“수레를 버리고 오지 왜 갖고 왔느냐.”

아들이 말했다.

“나중에 아버지를 버리려면 수레가 필요할까봐 가져왔습니다.”

아버지는 그 말에 크게 뉘우쳤다. 그리고 버렸던 할아버지를 다시 업고 돌아와 극진히 모셨다 한다.

사회는 발전하고 있다. 국민소득은 2만불을 넘어서고 있다. 복지예산도 100조원 넘는다. 노인복지의 수준을 말하자는 게 아니다. 기초연금 지급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배고프고 서러운 어르신들에게는 너무도 힘든 일이다. 애당초 준다는 말이나 말 것이지, 애를 태워도 너무 태운다. ‘예산이 어떻고, 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어떻고, 국민연금이 어떠니’ 하는 말들은 알지도 못한다. 그분들에 십만원 남짓한 돈은 생명과 같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4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기초연금 문제가 다시 거론된다. 벌써부터 신경전이다. 당리당략의 차원에서다. 정치권은 어르신들을 공경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 정치싸움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모양이다. 줄다리기 할게 따로 있지, 그런 것으로 실랑이하는 정치권이 한심하다.

역사는 지금도 증명해주고 있다. 세종실록은 노부모를 산채로 밖에다 버리는 폐습을 비난하고 있다. 정다산은 노인 생매장의 악습인 고려장에 대해 상세하게 고증하고 있다. 태백산맥 산중에 노인을 버렸다는 ‘노사암’, ‘노사굴’ 등의 지명도 지금까지 전해진다.

어른을 옳게 공경하지 못한 폐습들이다. 유구한 세월이 흘러도 기록은 남아 있는 것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기초노령연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분명히 말하건대, 이는 어르신을 욕보이는 행동이다. 실랑이를 벌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것과는 의미가 다른 사안이다. 조금이라도 공경이라는 인자가 있다면 태도를 바꿔야 한다.

후일 이 기록을 보고 후손들이 뭐라고 할까. 비웃지는 않을까 부끄럽다. 싸우더라도 가려서 싸워야 하는 법이다. 사람은 모두가 나이를 먹는다. 언젠가는 노인소리를 듣게 마련이다. 그 만큼 되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늙는 것도 서러운데, 연금 몇 푼으로 애간장을 태워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기초연금법, 여야가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통과시켜야 한다.

이상휘 기자 (shon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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