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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남용?’ 얼티밋 워리어 모욕 정당한가


입력 2014.04.11 19:20 수정 2014.04.11 19:26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상상 초월하는 고통과 사투 이겨낸 프로레슬러

팬들 "근거 없는 소문에 죽음조차 조롱거리" 분통

얼티밋 워리어가 근육강화제를 남용해왔다는 의혹은 아직 유언비어에 불과하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얼티밋 워리어가 근육강화제를 남용해왔다는 의혹은 아직 유언비어에 불과하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스포츠 선수들은 숙명적으로 ‘직업병’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24)는 고관절 통증, 아사다 마오(24)도 허리통증으로 고생했다.

축구선수들은 무릎 부상이 잦은데 박지성(33·에인트호벤)은 이미 무릎 연골판 제거 수술을 받아야 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도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일본축구의 간판 혼다 케이스케(28·AC밀란)와 나가토모 유토(28·인터밀란) 역시 무릎 반월판을 다쳐 ‘무릎 연골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팬들이 김연아의 은퇴를 반기고, 박지성에게 2014 브라질월드컵 출전을 강요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프로레슬러의 ‘직업병’은 무엇일까. 프로레슬러는 한 마디로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다. 삭신이 쑤실 정도가 아니라 온몸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전신 근육통을 호소한다. 지난 8일(현지시각) 사망한 얼티밋 워리어(본명 제임스 브라이언 헬윅)도 숨지기 직전까지 근육통에 몸서리쳤다.

현재 사망원인은 심장마비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선 워리어가 18년 만의 WWE 복귀를 앞두고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근육강화제’를 남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워리어에 대한 모욕"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워리어는 ‘보디빌더 출신’으로 그의 근육은 '진짜'다. 스테로이드제가 아닌,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으로 보는 게 맞다. 워리어는 지난 1990년대 중반 WWE와 파열음 끝에 결별했다. 이후 프로레슬링 단체에서 워리어를 깎아내리기 위해 “그는 근육강화 약물 중독자였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렸다.

오히려 워리어를 비롯한 프로레슬러들은 근육강화제보다 ‘진통제’를 곁에 두고 자주 복용한다. 바늘로 콕콕 찌르는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진통제를 과다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따른다. 미국 제약협회는 진통제 과다 투여 시 심장마비와 같은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워리어는 프로레슬링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숨지기 전까지 통증에 시달렸다. 도저히 진통제 없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워리어는 사망 하루 전 WWE RAW에서 “불굴의 워리어는 (죽더라도) ‘영혼’은 불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유언이 된 그의 말이 가슴에 사무친다. 마지막까지 그는 팬들 앞에서 ‘직업병’을 드러내지 않았다.

워리어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레슬러도 마찬가지다. 백전노장 언더테이커(49)는 레슬링에 대한 열정 하나로 선수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냉혹한 환경이 언더테이커의 의지를 꺾을 조짐이다. WWE 레슬매니아 30에서 브록 레스너(36)와 혈전을 펼친 끝에 뇌진탕 판정을 받았다. WWE 관계자는 “(의사의 말을 빌려) 신체 모든 부위가 90세 수준이다. 또 뇌진탕 후유증도 위험 단계다. 더는 선수생활이 무리”라고 우려했다.

크리스 벤와(향년 40세)도 떠오른다. 벤와는 현역시절 로프 3단 위에서 무모하게 다이빙 헤드 벗을 시도했다. 공중에서 몸을 날려 이마로 상대 레슬러의 돌덩이 가슴팍을 들이받았다.

벤와는 맨땅에 헤딩 한 뒤, 수차례 ‘목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갔다. 이 또한 직업병이나 다름없다. 무모했지만 아무도 그의 열정을 꺾을 수 없었다. 몇 달 뒤 기브스를 풀고 또 브록레스너 가슴에 헤딩했다.

불사신 같았던 벤와도 레슬러 이전에 인간이다. 지난 2007년 6월 25일 미국 애틀란타에 위치한 자택에서 부인 낸시, 6살 난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벤와는 ‘진통제’ 없이 하루도 살수가 없었다. 진통제를 입에 털어 넣지 않으면 그는 더욱 예민해졌다. 40세의 일기로 숨진 벤와의 두뇌 노화 상태는 90세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서글픈 직업병’이다.

이처럼 스포츠 스타는 직업병에 몸서리친다. 열정 하나로 직업병과 사투를 펼쳤기에 박지성과 호날두, 김연아가 위대하고 프로레슬러 워리어가 불멸의 전사로 남았다.

대지를 적신 그들의 숱한 땀방울은 열정의 씨앗이다. 열정 없이 이루어진 결실은 없다. 팬들의 가슴에 열정을 심어준 워리어에게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직업병이 얼티밋 워리어를 데려갔지만, 그는 이름 그대로 궁극의 전사였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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